와이코프(Wyckoff) 이론을 ‘패턴 모음’으로 외우기 시작하면 멀티타임프레임(MTF)은 곧바로 복잡해집니다. 1시간봉에서 분명 축적(Accumulation)처럼 보이는데 5분봉은 급락하고, 5분봉이 강하게 반등하면 상위 프레임의 맥락이 뒤집힌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 순간부터는 더 많은 타임프레임을 켜고, 더 많은 근거를 찾고, 더 많은 확신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런데 와이코프가 원래 말하고자 한 건 “더 많이 보라”가 아니라 “시간의 역할을 분리하라”에 가깝습니다. 와이코프 책/강의/후대 해석을 통틀어 ‘MTF’라는 현대 용어를 정면으로 쓰진 않더라도, 그 방법론은 사실상 두 개의 시계를 전제로 합니다.
- 큰 시계: 시장이 지금 어떤 국면(Phase)이고, 어떤 ‘캠페인’이 진행 중인지
- 작은 시계: 그 캠페인 안에서 가격과 거래(혹은 거래량)가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
핵심은, 이 둘을 같은 질문으로 섞지 않는 것입니다.
와이코프에서 “상위 TF”는 국면(Phase)과 배경(Background)을 고정하는 도구입니다
와이코프의 언어에서 중요한 건 “지금 캔들이 예쁘냐”가 아니라, 배경(background) 입니다. 배경은 하루 이틀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더 긴 시간 압축(상위 TF)에서만 드러납니다.
상위 TF에서 와이코프가 하고 싶은 질문은 대체로 이런 것들입니다.
- 시장이 지금 범위(range) 안에 머물러 있나요, 아니면 범위를 떠나 추세(trend) 로 넘어갔나요?
- 지금은 축적(Accumulation) 쪽인가, 분산(Distribution) 쪽인가?
- “왜 여기서” 이 범위가 형성됐는가 — 즉, 이전 움직임(원인/원인축적)이 현재 가격 행동의 무게를 어떻게 만들었는가
이 레벨의 질문은 “타이밍”이 아니라 “장면”입니다. 그리고 장면이 고정되면, 하위 TF의 소음은 ‘상위 맥락을 뒤집는 신호’라기보다 그 장면 내부의 파동으로 읽히기 쉬워집니다.
여기서 멀티타임프레임의 첫 번째 오해가 풀립니다. 상위 TF는 무언가를 즉시 예측하는 곳이 아니라, 내가 어떤 종류의 움직임을 기대할 자격이 있는지(혹은 기대하면 안 되는지) 를 정해주는 곳입니다.
하위 TF는 “상위 맥락의 증명”이 아니라 “상위 맥락 안에서의 행동 조건”을 다룹니다
하위 TF를 켜면 우리는 자꾸 ‘증명’을 원합니다. “상위에서 축적이라면, 하위도 계속 강해야 한다” 같은 식입니다. 하지만 와이코프의 논리는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상위 TF가 국면과 범위를 정해준다면, 하위 TF의 역할은 보통 이런 쪽입니다.
- 범위의 경계에서 가격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 (흡수, 급격한 튕김, 지지/저항의 태도 변화)
- 상승/하락이 “의미 있는 진전”인지, 아니면 테스트에 가까운 소모인지
- 더 짧은 시간에서 나타나는 긴 꼬리/급등락이 상위 구조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여기서 중요한 건, 하위 TF의 움직임이 “상위 TF를 뒤집는 선언”이 아니라, 상위 장면의 일부로 기능한다는 관점입니다. 상위 국면이 고정되어 있을수록, 하위의 급한 움직임은 오히려 “상위의 의도/힘”을 드러내는 재료가 됩니다. 반대로 상위 장면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하위만 보면, 하위의 변동이 매번 “새로운 진실”처럼 보이고, 맥락은 계속 재작성됩니다.
결국 와이코프식 멀티타임프레임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 상위 TF: Phase(국면) / Range(범위) / Cause→Effect(원인과 결과)의 무게를 잡는다
- 하위 TF: 그 무게가 실제로 가격 행동에 반영되는 방식과 조건을 본다
이게 “더 많은 차트를 보자”가 아니라 “질문을 분리하자”인 이유입니다.
현대 웹 트레이딩 환경에서 MTF가 특히 어려운 이유는, 하위 TF가 더 강한 자극(체결, 알림, 급등락)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고가 하위에서 시작하기 쉽고, 상위 맥락은 사후에 붙기 쉽습니다. 와이코프는 그 역순을 강요합니다. 상위에서 장면을 먼저 정하고, 하위는 장면 안에서만 의미를 갖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1k_scanner는 문서 스캐너가 아니라, Rust+egui 기반의 멀티마켓/멀티 TF 트레이딩 스캐닝 앱입니다. 타임프레임을 늘리는 대신, “상위 장면 → 하위 조건”의 순서가 깨지지 않게 관찰 부담을 줄이는 쪽에 초점을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