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합리적인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 승자의 저주는 지금도 작동한다

시장은 정답 맞히기 대회가 아니라 기대의 경쟁이다. 가장 자신 있게 낙찰받은 사람이 가장 비싸게 실수하는 승자의 저주, 정보가 많을수록 확신의 소음이 커지는 역설, 그리고 "가장 덜 취해 있는 투자자가 오래 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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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기술 설명 일러스트

투자는 보통 계산 문제처럼 보인다. 숫자를 모으고, 확률을 따지고, 기대수익을 고르면 끝날 것 같다. 그런데 현실의 시장은 계산기보다 경매장에 더 가깝다. 여기서 중요한 건 “누가 맞았는가"보다 “누가 더 세게 베팅했는가"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끔은 가장 자신 있게 낙찰받은 사람이 가장 비싸게 실수한다.

이 지점을 오래전에 정리한 개념이 승자의 저주이다. 공통가치 경매에서는 참가자들이 같은 물건을 놓고 서로 다른 추정을 내놓는다. 이때 낙찰자는 대체로 가장 낙관적인 추정을 낸 사람이고, 그 낙관이 과도했을 가능성도 가장 크다. 이겨서 기쁜데, 계산서가 도착하면 갑자기 표정이 굳는 구조다.

문제는 이 패턴이 석유 시추권 경매 같은 특수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식, 부동산, 금, 심지어 테마 ETF까지 “내가 이길수록 오히려 비싸게 샀을 가능성"이 따라붙는다. 시장은 정답 맞히기 대회가 아니라 기대의 경쟁이고, 기대의 경쟁에서는 과열된 확신이 보상보다 먼저 출발한다.

합리성은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운영체제 문제다

고전 경제학은 한동안 합리적 인간을 기본값으로 뒀다. 하지만 이 전제는 실험과 데이터 앞에서 계속 수정됐다. 인간은 불확실성에서 확률 계산기를 켜는 존재라기보다, 빠른 판단을 위해 지름길을 쓰는 존재에 가깝다. 손실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더 크게 느끼고, 이미 가진 것에는 프리미엄을 붙이며, 지금의 유혹 앞에서 장기 계획을 자주 양보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사람이 비합리적이라서 실패한다” 같은 도덕 수업이 아니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시장가격 자체가 이런 인간적 편향이 집단으로 합쳐진 결과라는 점이다. 즉 개인이 냉정하려고 애써도, 집단의 감정이 가격에 녹아 있으면 출발선부터 마찰이 생긴다.

실제 데이터도 냉정하다. 대형 할인 브로커 계좌 66,465가구를 추적한 고전 연구에서는 매매가 가장 잦은 집단의 연수익률이 11.4%였고, 같은 기간 시장 수익률은 17.9%였다. 평균 가구도 연 16.4%로 시장에 못 미쳤다. 많이 움직일수록 더 잘 맞힐 것 같지만, 현실은 반대로 흘렀다. 거래는 통제감의 착시를 주지만, 수수료·세금·타이밍 오류를 누적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보를 더 많이 보면 더 합리적이 된다"는 직관은 자주 빗나간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해석의 자유도와 확신의 소음이 커진다. 시장 뉴스는 매분 업데이트되는데, 인간의 감정 엔진도 그 속도로 함께 요동친다. 머리로는 장기 투자라고 말하면서 손가락은 당일 변동성에 반응하는 이유다.

여기에 자산가격의 시간축 문제까지 겹친다. 노벨위원회가 정리했듯 단기(며칠~몇 주) 가격은 예측이 매우 어렵다. 그런데 인간은 짧은 구간의 노이즈를 의미 있는 신호로 과해석하는 데 익숙하다. 반면 수년 단위의 큰 흐름은 상대적으로 읽을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그 구간은 기다림과 변동성 내성을 요구한다. 결국 많은 개인은 “예측이 어려운 구간에서는 자주 거래"하고 “예측이 조금 가능한 구간에서는 못 버티는” 역설적 행동을 반복한다.

승자의 저주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강해진다. 시장이 뜨거울수록 사람들은 좋은 자산을 찾는 게 아니라, 남보다 늦지 않았다는 심리적 안도감을 산다. 가격이 오를 때의 FOMO는 분석을 생략시키고, 가격이 내릴 때의 공포는 원칙을 생략시킨다. 합리성은 계산 능력 이전에 감정 안정성의 함수가 된다.

승자의 저주는 개인의 실수라기보다 시장 구조의 기본값이다

“그래도 프로는 다르지 않나"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는 이 질문에도 썩 친절하지 않다. 2025년 중반 기준으로 미국 액티브 펀드 3,200개 중 1년 구간에서 패시브 동급 평균을 이기고 살아남은 비율은 33%였다. 10년 구간으로 늘리면 성공률은 대략 5분의 1 수준으로 내려간다. 변동성이 커지면 액티브가 유리하다는 서사가 반복되지만, 실제 성과는 그 서사를 자주 배반한다.

같은 시기 국제결제은행(BIS)은 미국 주식과 금 가격이 동시에 “폭발적” 구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지난 50년 이상을 놓고 보면 이 두 자산이 같은 시기에 이런 신호를 보인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한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자금 흐름이다. 기관이 미국 주식에서 돈을 빼거나 금에서 중립을 유지하던 구간에, 개인 자금은 오히려 유입됐다. 금 ETF가 순자산가치(NAV) 대비 프리미엄 상태를 보인 것도 개인 수요 압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보여준다.

이 패턴이 무서운 이유는 방향 자체보다 가속도에 있다. 가격이 오르면 뉴스가 붙고, 뉴스가 붙으면 검색량이 늘고, 검색량이 늘면 신규 유입이 붙는다. 그러면 다시 가격이 오른다. 이 순환은 초반에는 천재적인 통찰처럼 보이지만, 후반에는 “누가 먼저 빠져나가느냐” 게임으로 바뀐다. 그리고 이 게임의 결승선은 늘 공지 없이 닫힌다.

게다가 개인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전장에서 싸운다. 정보 접근 자체보다 실행 구조가 문제다. 기관은 리스크 한도, 포지션 규율, 팀 검증 프로세스가 있고, 개인은 퇴근 후 피곤한 상태에서 알림 몇 개를 보고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다. 시장이 과열될수록 의사결정은 더 빨라지고 검증은 더 느슨해진다. 승자의 저주를 개인의 탐욕 탓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IMF도 2025년 10월 보고 브리핑에서 “겉보기 안정"과 “내부 취약성"의 동시 존재를 지적했다. 자산가격이 펀더멘털 대비 늘어나 있으면, 작은 충격에도 재평가가 급격해질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 맥락으로 내려오면, 2025년 2분기 가계신용이 1,952.8조 원으로 늘고 분기 증가폭이 24.6조 원이었다는 통계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가격 기대와 레버리지가 결합할 때 합리성은 개인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스트레스의 문제가 된다.

결국 “합리적 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세 가지가 겹치기 때문이다. 첫째, 가격은 미래를 맞히는 시험지가 아니라 군중 기대가 충돌한 결과다. 둘째, 인간은 불확실성에서 일관된 계산기가 아니라 편향을 가진 생물학적 존재다. 셋째, 시장 구조 자체가 속도·경쟁·비교를 강화해 과잉 반응을 키운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면, 개인이 완벽하게 합리적이길 기대하는 쪽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여기에 네 번째가 숨어 있다. 비교의 정치학이다. 시장에서 사람은 절대수익보다 상대순위를 더 강하게 의식한다. 친구가 벌었다는 소식, 커뮤니티 수익 인증, 짧은 기간의 랭킹이 판단 프레임을 바꿔버린다. 원래는 “내 위험 허용 범위"가 기준이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남보다 뒤처지지 않기"가 기준이 된다. 이 전환이 일어나는 순간, 투자 판단은 분석에서 사회심리 게임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결론은 냉소가 아니라 설계다. “항상 맞히겠다"는 목표를 버리고 “큰 실수를 피하겠다"는 운영원칙으로 이동해야 한다. 승자의 저주가 사라지지 않는 세계에서는, 가장 똑똑한 투자자가 아니라 가장 덜 취해 있는 투자자가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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