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기술주 랠리, 다음 장은 계속될까

기술주 랠리의 역사는 '감정 롤러코스터를 타면서도 결국 위로 갔다'는 패턴의 반복이다. 다음 장이 계속되기 위한 구조적 조건과, 이번 사이클이 이전과 다른 점.

KO

메인 글

2025까지의 스토리

기술주 랠리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면서도 결국 위로 갔다”는 문장을 곱씹는 것이다. 2025년의 나스닥100은 딱 그랬다. 연간으로는 총수익 기준 20%대 상승으로 마감했지만, 연중 흐름은 매끈한 우상향이 아니라 “한 번 크게 휘청, 그다음 더 크게 회복” 쪽이었다. Q1엔 마이너스 구간이 선명했고, Q2의 반등이 승부를 갈랐다. 이 구간을 지나고 나면 시장이 왜 ‘회복력’이라는 단어를 붙였는지 감이 온다.

왜 휘청했나부터 보자. 2025년 초반 시장을 흔든 건 결국 관세였다. 관세는 단순히 무역 뉴스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다시 튈 수 있다 → 금리가 안 내려갈 수 있다 → 기업 이익 전망에 먹구름이 낀다”라는 연쇄를 만드는 버튼이다. 특히 기술주는 이 버튼에 유난히 민감하다. 기술주는 현재 이익보다 ‘미래 이익’이 더 크게 평가되는 종목이 많다.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가져올 때 쓰는 할인율(쉽게 말해 금리)이 조금만 불리해져도, 가격이 과장되게 출렁이는 쪽이다. 2025년 3~4월에 관세 전쟁이 격해지며 미국 증시가 단기간에 큰 충격을 받았던 맥락은 이 논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때 시장은 “이건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 정책 리듬 자체가 바뀌는 거 아니냐”를 의심했고, 의심은 변동성으로 번역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VXN 같은 변동성 지표다. VXN은 나스닥100 옵션 가격에 녹아 있는 ‘앞으로 30일 변동성 기대치’에 가깝다. 그래서 이게 뛴다는 건 “실적이 박살 난다”는 확정판이 아니라 “불확실성이 돈이 되는 속도로 커진다”는 신호일 때가 많다. 비유하면, 엔진이 고장 났는지 확인하기 전에 계기판 경고등이 먼저 켜지는 느낌이다. 경고등이 켜졌다고 엔진이 반드시 터지는 건 아니지만,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더 밟는 분위기가 되는 건 맞다.

그런데 2025년은 “불안이 컸는데도, 결국 기업과 돈의 흐름이 이겼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금리의 방향이다. 2025년 연말로 갈수록 연방준비제도(연준)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스탠스는 ‘더 올리기’가 아니라 ‘조정하고 지켜보기’ 쪽으로 기울었다. 2025년 말 연속적인 인하로 기준금리 구간이 내려왔고, 2026년 1월 회의에서는 동결로 들어가며 “적어도 당장 긴축으로 되돌아갈 분위기는 아니다”라는 신호를 줬다. 금리가 내리면 기술주에 유리한 이유는 간단하다. 할인율이 내려가면 미래의 현금흐름 가치가 커지고, 같은 실적이라도 ‘비싸 보이는 정도’가 줄어든다. 집값이 대출금리에 민감한 것과 같은 원리다. 이 시기에 기술주가 다시 탄력을 받는 건 생각보다 교과서적이다.

둘째, AI라는 ‘실제 수요’가 시장의 뒷배가 됐다. AI는 유행어처럼 떠들수록 싸구려가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돈이 실제로 움직이면 유행어가 산업이 된다. 2025년과 2026년 초반에 시장이 목격한 건 “AI가 멋져 보인다”가 아니라 “AI 때문에 서버·메모리·전력·데이터센터에 돈이 박힌다”는 장면이다. 아마존 같은 기업은 2026년 대규모 설비투자를 공개적으로 밀어붙이고, 알파벳도 2026년 자본지출 계획을 크게 늘리겠다고 밝힌다. 이런 숫자는 단순한 ‘계획’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주문서로 내려간다. 그 주문서의 수혜가 어디로 가나 하면 결국 반도체, 네트워킹, 전력 인프라 쪽으로 간다. 엔비디아의 밸류에이션이 시장의 신경을 긁는 이유도 여기 있다. AI라는 말은 추상적이지만, GPU와 전력은 엄청나게 물리적이다.

이 물리성은 지수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나스닥100은 이름만 보면 “미국 성장주의 넓은 바다”처럼 들리지만, 구조는 생각보다 편향적이다. 2025년 말 기준으로 기술 섹터 비중이 60%대에 걸쳐 있고, 상위 종목 몇 개가 지수 전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상위 10개 종목만 합쳐도 지수의 절반 안팎을 차지한다. 즉 나스닥100은 ‘대형 기술주 압축 포트폴리오’에 가깝다. 그래서 기술주가 강세장이면 강하게 오르고, 반대로 대형 기술주가 흔들리면 지수 자체가 크게 흔들린다. 투자자 입장에선 이게 장점이자 함정이다. 장점은 “맞으면 크게 먹는다”이고, 함정은 “틀리면 지수마저 피해가 어렵다”다.

이 구조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 건 나스닥100이 전통적인 ‘위원회가 찍어서 넣는’ 방식이 아니라 룰 기반으로 굴러간다는 점이다. 룰 기반이 주는 투명성은 강력하지만, 동시에 시가총액이 커진 종목에 자금이 더 붙는 인덱스의 성격(패시브 자금 흐름)과 결합하면, “큰 애가 더 커지는” 힘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다만 나스닥100은 그 힘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가중치 제한(예: 특정 기업의 최대 비중 제한, 상위 비중 그룹의 합계 제한 등)을 둔다. 시장이 “빅테크 몇 개가 지수를 먹어치운다”는 불안을 말할 때, 지수는 이미 그 불안을 제도적으로 완화하려는 장치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2026의 변수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2026년에도 계속 오르나”는 질문은 너무 넓다. 더 실전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2026년은 어떤 방식으로 오르거나, 어떤 방식으로 꺾이나”다. 2023~2025 같은 ‘낙관이 낙관을 부르는’ 랠리는 보통 금리·실적·심리가 동시에 도와줄 때 나온다. 그런데 2026년은 그 셋이 동시에 깔끔하게 도와줄 확률이 낮아 보인다. 그래서 2026년의 기술주는 ‘스프린트’보다는 ‘체력전’이 된다.

체력전의 첫 번째 변수는 금리의 레벨이다. 2026년 초 연준 정책금리는 이미 한 차례 내려온 상태지만, 여전히 절대 수준이 낮다고 부르기 어렵다. 장기금리도 비슷하다. 기술주 밸류에이션은 단순히 “실적이 좋다”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시장이 어떤 할인율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실적도 ‘괜찮은 가격’이 되거나 ‘버블’이 된다. 그래서 2026년에 금리가 횡보하더라도, 기술주는 “멀티플(밸류에이션 배수) 확장”보다는 “이익 성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쉽게 말해, ‘더 비싸져서 오르는’ 게 아니라 ‘진짜 돈을 더 벌어서 오르는’ 국면 쪽으로 압력이 이동한다.

두 번째 변수는 AI 투자의 번역 품질이다. 2026년의 AI 투자 뉴스는 대부분 “얼마를 쓴다”로 나온다. 그런데 주가는 “얼마를 벌 수 있나”에 더 민감해진다. 투자자들은 이제 질문을 바꾼다.

  • 데이터센터를 더 짓는 건 알겠는데, 그 데이터센터가 어떤 매출로 돌아오나?
  • AI가 생산성을 올린다고 하는데, 그 생산성이 어느 줄의 비용을 깎고 어느 줄의 매출을 늘리나?
  •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는 ‘사용량 기반 과금’으로 돈을 걷기 시작했나, 아니면 아직 ‘무료 체험’ 단계에 머물러 있나?

이 구간에서 2026년 기술주 랠리는 “AI 테마 전체”가 아니라 “AI를 손익계산서로 바꾸는 기업” 중심으로 더 차별화될 가능성이 크다. 같은 AI라도, 어떤 회사는 인프라에 돈을 묻고 당장 마진이 눌릴 수 있고(투자비가 먼저 나가니까), 어떤 회사는 AI를 이용해 고객당 매출을 올려 마진이 좋아질 수 있다. 둘이 같은 방향으로 갈 이유가 없다. 그래서 2026년의 움직임은 ‘테마’보다 ‘실적’에 더 가깝게 보일 수 있다.

게다가 AI는 전력과 반도체라는 병목을 동반한다. 국제에너지기구 같은 곳이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앞으로 꽤 빠르게 늘 것으로 보는 이유도, AI가 “서버를 더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전력수요가 늘면 전력망, 발전, 냉각, 부지, 인허가 같은 전통 산업의 시간이 끼어든다. 그 순간 AI는 ‘앱 업데이트’가 아니라 ‘도시 개발’이 된다. 도시 개발에는 늘 지연과 비용초과가 따라온다. 2026년에 AI가 시장을 흔드는 방식이 더 복잡해지는 이유다.

세 번째 변수는 정책과 공급망이다. 2025년의 관세 충격이 남긴 교훈은 단순하다. 정책은 실적보다 빠르게 주가를 때린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수출통제는 기술주에 “리스크 프리미엄”이라는 추가 비용을 붙인다. 예컨대 2026년 초 미국 상무부 산하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이 특정 고성능 칩의 대중국 수출 허가 정책을 ‘일괄 차단’에서 ‘사안별 심사’로 조정하고, 동시에 특정 고급 칩에 관세를 부과하는 식의 조합은 시장 참가자들에게 “이 산업은 성능 경쟁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준다. 한쪽(예: 중국)에 팔 수 있느냐 없느냐가 한 기업의 분기 매출, 더 나아가 공급망 투자 계획까지 흔든다.

정책은 또 다른 방향으로도 작동한다. 공급망을 미국 쪽으로 더 끌어들이는 인센티브가 커진다. 미국과 대만의 투자·무역 협상 뉴스가 반도체 투자와 연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TSMC 같은 기업의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은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키우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망의 지정학적 할인율”을 낮추려는 시도다. 시장은 이런 뉴스를 ‘국가 뉴스’가 아니라 ‘밸류에이션 뉴스’로 받아들인다.

이 셋을 합치면 결론은 꽤 현실적으로 정리된다.

2026년에 기술주 랠리가 “그대로” 이어질 확률은 생각보다 낮고, “형태를 바꿔” 이어질 확률이 높다. 2023~2025의 랠리가 축제였다면, 2026년은 계산서가 돌기 시작하는 장면에 가깝다. 계산서가 돌면 좋은 기업은 더 좋아 보이고, 애매한 기업은 급격히 애매해진다. 같은 기술주라도 움직임이 갈라진다. 지수 관점에서도, 나스닥100처럼 상위 대형 기술주 비중이 큰 구조에선 “몇 개가 버텨주면 지수는 그럭저럭 유지”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 몇 개가 흔들리면 지수 전체가 흔들리는” 위험도 함께 존재한다.

그래서 2026년 기술주를 보는 가장 쓸모 있는 프레임은 ‘예언’이 아니라 ‘점검표’다.
금리가 다시 올라가나, 아니면 고만고만하게 눌러주나. AI 투자가 이익으로 번역되기 시작하나, 아니면 비용만 먼저 커지나. 관세·수출통제·규제가 수익모델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끼어드나.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완벽하게 좋다”가 아니라 “나쁘지 않다” 정도만 돼도, 랠리는 지속될 수 있다. 다만 그 랠리는 아마도 2023처럼 모두를 들어올리는 파도라기보다, 서핑 실력이 있는 사람만 태우는 파도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투자자라기보다 기업이다. 2026년은 기업들의 체력전이고, 시장은 그 체력을 숫자로 채점하는 해가 된다.)

Reference list

  • 나스닥100의 2025년 총수익(21.02%), 분기별 흐름(Q1 약세·Q2 강세), 상위 구성종목 비중, 섹터 비중(기술 섹터 60%대) 등 팩트시트 자료
  • 나스닥100 연간 성과(2025년 총수익 약 21%), 상위 종목 집중도(상위 10개 비중 “절반 안팎”), 기술 섹터가 수익률에 기여한 비중 등 성과 해설
  • 2025년 12월 기준 나스닥100이 연간 20%대 상승으로 마감했고 ‘3년 연속 두 자릿수 수익률’이라는 맥락을 정리한 월간 스코어카드
  • 나스닥100 지수의 룰 기반 구성 및 리밸런싱·리컨스티튜션, 가중치 제한(특정 기업 최대 비중, 상위 비중 그룹 합계 제한 등) 방법론 문서
  • 2025년 초 관세 충격으로 증시가 급락하고 나스닥이 조정 국면을 확인했던 시점의 시장 반응(‘정책 불확실성 → 변동성 확대’ 맥락)
  • 2025년 4월 미중 관세가 고강도로 확대(미국의 대중 관세 145%, 중국의 보복관세 125% 등)되며 무역전쟁이 격화된 정황
  • 2025년 5월 미중이 관세 전쟁을 일시 완화(임시 휴전 및 관세 인하)하며 시장이 급반응했던 정황
  • 2025년 말 연준이 연속 인하로 정책금리 구간을 3.50%~3.75%로 낮추고(세 번째 연속 인하 포함) 내부 논쟁이 있었던 배경
  • 2026년 1월 FOMC가 정책금리를 3.50%~3.75%로 유지한 공식 성명
  • 2026년 2월 기준 정책금리 상단(3.75) 등 연준 정책금리 데이터(FRED)
  • 2025년 말~2026년 초 장기금리(10년물) 레벨을 확인할 수 있는 미국 국채 수익률 데이터(FRED)
  • VXN이 ‘나스닥100 옵션 기반 30일 기대 변동성’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설명·방법론
  • 2026년 AI 인프라 투자(데이터센터·칩·클라우드) 확대가 실제 기업 자본지출 가이던스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보도(알파벳 capex, 아마존 대규모 capex 등)
  • 빅테크(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 등) 합산 capex가 2026년에 매우 큰 규모로 예상된다는 요약 자료
  • 2026년 미국 전력수요가 AI·데이터센터(및 기타 요인)로 인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EIA)
  •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중장기적으로 크게 늘 수 있다는 전망(IEA,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2030년까지 ‘대략 두 배’ 수준 등)
  • 2026년 S&P500 기준 이익 성장 전망과 밸류에이션(Forward P/E가 장기 평균 대비 높은 편 등) 같은 ‘높은 기대치’ 환경 설명
  • 높은 밸류에이션이 ‘마진 구조(특히 빅테크)’와 결합해 해석될 수 있다는 관점(밸류에이션 논쟁의 한 축)
  • 2026년 초 AI 이슈가 ‘호재’뿐 아니라 ‘공포(산업 전반의 AI 대체 우려)’로도 번역되며 시장 변동성을 키운 사례
  • 2026년 1월 미국 상무부 BIS가 특정 반도체의 대중 수출 허가 심사 정책을 ‘사안별’로 조정했다는 공식 발표
  • BIS의 대중국 수출 관련 허가 정책 변경이 연방 관보(Federal Register)에 반영된 내용
  • 2026년 1월 특정 고급 연산 칩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백악관 팩트시트
  • 특정 AI 칩(예: H200 등)의 대중 수출 허용이 조건부로 진행되고, 라이선스·검증·물량 제한 등 ‘가드레일’이 붙는다는 정황(정부·보도)
  • 대중국 반도체 장비·공급망 통제를 더 강화하자는 미 의회의 압박(정책 리스크가 지속된다는 신호)
  • 대만과의 무역·투자 합의 및 반도체 투자(예: TSMC 미국 투자) 같은 ‘공급망 재편’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
Nomadamon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