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독일의 에너지전환이 석탄을 다시 불러낸 까닭과 원전 탄력운전의 현실

탈원전이 석탄 급증으로 이어진 독일의 경험은 기술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위험 인식과 선거 정치가 전력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구조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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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모범생처럼 보이던 나라가 어느 해에는 “석탄을 제일 많이 태운다”는 말까지 듣는 장면은 꽤 강렬하다. 다만 이 장면을 “독일이 위선이라서”로 정리하면, 실제로 벌어진 일의 절반도 못 본다. 전기 시스템은 도덕 교과서가 아니라, 물리·가격·규제·정치가 동시에 돌아가는 거대한 실시간 게임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게임판에서 “석탄의 귀환”은 대개 기후정책이 후퇴해서가 아니라, 다른 선택지가 특정 순간에 비싸지거나(또는 불안정해지거나), 제도적으로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보험료 같은 결과로 나온다.

역설의 출발점은 원전 퇴장이라는 큰 레버였던 셈이다

독일 전력 이야기의 뼈대는 의외로 “재생에너지”보다 “원전”에서 시작한다. 2011년 이전 독일은 원전으로 전력의 상당 부분을 뽑아 쓰던 나라였고, 세계원자력협회 자료 기준으로 2011년 3월 이전에는 17기 원전을 운영하며 전력의 4분의 1가량을 원전에서 얻었다는 요지가 정리돼 있다.

그런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 내 원전 정책은 “브리지(가교) 에너지원”에서 “출구가 정해진 기술”로 급격히 기울었다. Clean Energy Wire 정리대로라면 2000년 ‘원전 합의’(nuclear consensus)로 수명 제한이 걸렸고, 2009년 정권 교체로 한 차례 연장됐다가, 후쿠시마를 계기로 2011년 6월에 노후 8기 영구 정지 및 나머지 2022년까지 폐쇄라는 큰 틀이 재확인된다. 이 흐름은 “원전 vs 석탄 vs 재생”의 가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위험 인식과 선거·정당정치가 전력의 기술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전형이다.

그리고 2022년 가스 위기 국면에서조차도 원전은 ‘끝까지 남겨둔 보험’ 정도만 허용됐다. Olaf Scholz 정부가 2022년 10월, 남아 있던 3기 원전을 2023년 4월 중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는 기록이 있고, 이는 러시아 가스 공급 축소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 조치로 정리돼 있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원전이 남아 있었으면 석탄이 덜 탔을지의 문제를 넘어서, “정책적으로 허용된 유연성의 폭”이 어디까지였는지가 여기서 드러난다. 전력은 기술 옵션이 많아도, 그 옵션을 열어두는 정치적·제도적 ‘허용 범위’가 좁으면 실제 선택지는 급격히 줄어든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그 자체로 전력의 변덕을 만든다

독일이 재생에너지 ‘모범국’으로 불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2000년 재생에너지 지원 제도(EEG 계열)의 핵심은 “장기 고정 수익”에 가까운 구조로 투자를 촉진해 빠른 설비 확장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Clean Energy Wire의 정리에서도 2000년 도입된 고정 지원(피드인) 구조가 20년 단위로 투자자에게 현금흐름을 보장했다는 설명이 핵심으로 등장한다.
정책 언어로는 ‘투자 안정성’이고, 삶의 언어로는 “대출 끼고 집 사도 월세가 20년 고정으로 나온다” 같은 느낌이다. 설비는 그렇게 늘어난다.

문제는 전기라는 상품의 성격이다. 전기는 공장에서 만들어 창고에 쌓아뒀다가 내일 파는 방식이 기본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질수록 ‘유연성(flexibility)’이 시스템의 생존 조건이 된다. European Parliament 보고서는 전기 시스템에서 유연성이 에너지전환의 핵심이며, 변동성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화가 진행될수록 유연성 수요가 크게 증가한다고 정리한다.
같은 맥락에서, Agora Energiewende의 시스템 안정성 보고서는 변동성 재생에너지도 주파수 제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원리적으로는), 그때 필요한 ‘여유 출력(리저브)’을 잡아두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저장장치나 수요반응 같은 다른 자원이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방향을 제시한다.

독일은 이미 2020년 기준 ‘간헐성(변동성) 재생에너지’ 비중이 매우 높아졌고, 이때 유럽 연계망을 통한 수입·수출이 유연성 수단으로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학술적으로도 정리돼 있다. 2020년에 간헐성 재생에너지 비중이 50.5%까지 갔고, 그만큼 국제 연계(수입·수출) 같은 유연성 수단의 필요가 커졌다는 논지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원전 탄력운전(로드 팔로잉)”이 왜 자꾸 튀어나오는지도 감이 잡힌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은 매초·매분 단위로 전력 균형을 흔들고, 이 흔들림을 잡아주는 역할(주파수 유지, 급전 조정, 예비력)이 급격히 비싸지고 중요해진다. 실제로 유럽 동기계통 운영 규범(entity[“organization”,“ENTSO-E”,“european tsos association”] 문서들)에서 ‘주파수 편차가 커졌을 때 예비력이 얼마나 빨리 활성화돼야 하는지’ 같은 조건이 구체적으로 정리돼 있는 것 자체가, 이 게임이 “환경 구호”가 아니라 “제어·속도·응답”의 문제임을 말해준다.

석탄이 다시 튀어나오는 조건은 늘 비슷하다

석탄이 “친환경 국가의 전력 믹스”에 끼어드는 방식은 대개 세 가지 조건이 겹칠 때 나타난다.

첫째, 당장 쓸 수 있는 대체 전원이 제도적으로 빠져 있거나(정책적 퇴장), 물리적으로 빠져 있거나(정비·고장), 경제적으로 빠져 있는(연료가격) 순간이다.
둘째, 전력시장이 ‘한계비용 기반’에 가까운 구조로 움직일수록(쉽게 말해 더 싼 발전기가 먼저 돌아갈수록), 가스가 비싸지는 순간 석탄은 다시 “값이 싸 보이는 선택지”가 된다.
셋째, 탄소가격(ETS)이 충분히 높고 예측가능해야 석탄이 시장에서 밀려나는데, 역사적으로는 탄소가격이 “등장했지만 오랫동안은 충분히 세지 않았던” 구간이 있었다. Umweltbundesamt(독일 환경청) 분석 보고서는 유럽 전력시장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연료가격 변동과 “대부분 기간에 다소 미약했던 EU ETS의 CO₂ 가격” 환경 속에서 함께 전개됐다고 서술한다. 즉, 탄소가격 신호가 언제나 석탄을 눌러버릴 만큼 강했던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여기에 독일 특유의 물리적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독일은 2018년에 마지막 유연탄(하드 코얼) 광산이 문을 닫았지만, 갈탄(리그나이트)은 여전히 대규모로 캔다. 갈탄은 에너지 함량이 낮고 더 많은 CO₂를 내는 편이지만, “자국 땅에서 당장 캘 수 있는 연료”라는 속성은 에너지 안보가 흔들릴 때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 Carbon Brief는 독일이 유럽에서 가장 큰 석탄 매장·생산국 중 하나이며(특히 갈탄), 노천 채굴이 사회적 갈등을 낳아왔다는 점까지 함께 정리한다.
한마디로, 전기 시스템이 불안해지면 사람은 “집에 있는 통조림”을 먼저 뜯게 된다. 갈탄은 독일에게 그런 통조림 같은 존재다.

가스 위기와 유럽 원전 위기가 겹치며 석탄이 보험이 됐다

결정적 장면은 2022년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가스 공급 불안이 커지고 가격이 폭등했고, 동시에 유럽(특히 프랑스)의 원전 가동 차질과 수력 발전 감소 같은 요인이 겹치면서 전력 시스템 전체가 압력을 받았다. 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2022년 유럽에서 높은 가스 가격이 석탄으로의 연료 전환을 촉발했고, 풍력·태양광 증가만으로는 수력·원전 출력 감소를 상쇄하기 어려워 석탄과 가스 발전이 모두 늘어난 측면을 설명한다.
또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전력시장 분기 보고서는 2022년 2분기 기준으로 수력(-15TWh)과 원전(-27TWh, 프랑스의 계획·비계획 정비 영향 포함)이 감소하는 동안, 화석발전이 늘었고 그중 석탄·갈탄 발전이 전년 대비 19%(+15TWh) 증가했다는 식으로 “연료 전환이 실제로 일어났던 숫자”를 제시한다.

독일 쪽 자료는 더 직설적이다. Fraunhofer Institute for Solar Energy Systems ISE는 2022년을 “시장 왜곡과 극단적 가격”의 해로 묘사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시장이 크게 흔들렸고, 프랑스 공화국 원전의 대규모 가동 중단이 겹치며 전기 가격이 높아졌다고 정리한다. 그 결과 부족분을 일부 메우기 위해 석탄 발전이 증가했고(갈탄·유연탄 모두), 같은 해 독일에서는 원전 3기 폐쇄로 원전 발전이 크게 줄었다는 구체 수치가 함께 제시된다.
이 조합을 일상 비유로 바꾸면 이렇다. “엘리베이터(원전) 한 대가 아예 철거됐는데, 에스컬레이터(재생에너지)는 늘었지만 비 오는 날에는 느려지고, 옆 건물(프랑스) 엘리베이터까지 고장 나서 사람들이 우리 건물로 몰려왔다.” 그러면 건물 관리자는 결국 계단(석탄)을 다시 열어둘 수밖에 없다.

정책도 그 방향으로 움직였다. IEA는 독일에서만 약 10GW 규모로 “닫았거나 예비로 뒀던” 석탄 설비가 시장에 다시 들어오는 반전이 있었다고 ‘규모’까지 콕 찍는다.
언론 보도에서도 2022년 9월 독일 내각이 유연탄 설비의 운전 연장(최대 2024년 초까지)과 갈탄 설비의 재가동(한시적) 같은 조치를 통해 겨울 공급을 보강하려 했다는 흐름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석탄 보험”이 독일에서 더 민감하게 보이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독일은 석탄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늦어도 2038년에는 석탄발전을 끝내겠다는 법적 틀(KVBG)을 이미 세워둔 상태였다. Bundesnetzagentur의 정보 플랫폼(SMARD)은 2020년 7월 의회가 KVBG를 채택했고, 2038년까지 석탄발전을 종료하며, 그 과정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해야 한다”는 목적을 포함한다고 정리한다.
즉 “원래 문 닫기로 한 계단을, 대피 상황이니 다시 열어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럴 때 ‘친환경 모범국’이라는 이미지와 ‘석탄 재가동’이라는 현실이 정면충돌한다.

숫자로 보는 독일의 석탄 방정식

“독일이 석탄 발전 최대로 돌아섰다” 같은 문장은 맥락이 없으면 절반은 오해다. 어떤 기준(총발전, 공공망 공급, 순발전)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지고, 무엇보다 ‘어느 해’인지가 핵심이다.

먼저 가장 기초 데이터인 “총 전력 생산(gross electricity production)”을 보자. Destatis가 공개한 2019~2025년(일부는 잠정) 총발전 표를 보면,

  • 2022년 독일 총발전 578.9TWh 중 갈탄 116.2TWh(20.1%), 유연탄 63.7TWh(11.0%)이다. 석탄(갈탄+유연탄)만 합치면 약 179.9TWh, 비중은 31.1%로 읽힌다. 같은 해 원전은 34.7TWh(6.0%)로 줄어든다.
  • 2023년에는 갈탄 86.3TWh(16.9%), 유연탄 38.5TWh(7.5%)로 석탄이 감소하고, 원전은 7.2TWh(1.4%)까지 떨어진다.
  • 2024년(잠정)에는 갈탄 78.8TWh(15.7%), 유연탄 26.9TWh(5.4%)로 더 줄고 원전은 0이 된다.

즉 “석탄이 늘었다”는 말은 주로 2021→2022 구간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고, 그 뒤에는 다시 급락하는 흐름이 잡힌다.

여기에 “독일이 유럽연합에서 석탄 발전이 가장 많았다” 같은 표현이 붙으려면 비교 기준이 필요하다. Ember는 2022년 EU 전체에서 석탄발전이 447TWh(16%)였고, 독일이 181TWh로 EU 내 최대 석탄발전국이라는 요지의 수치를 제시한다. 이 181TWh는 앞의 Destatis 합계(약 179.9TWh)와도 큰 차이가 없어서 서로 교차검증이 된다.
다만 이 ‘최대’는 전 세계가 아니라 EU 내부 비교라는 점이 중요하다. 세계로 나가면 석탄발전 규모는 중국, 인도 같은 거대 수요국이 압도적으로 크고, IEA도 2022년에 중국의 특정 월간 석탄발전량이 다른 대부분 국가의 ‘연간’ 석탄발전량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독일의 “전기 무역(수출입)”도 석탄 이슈를 증폭시키는 변수다. AG Energiebilanzen 2024년 에너지 소비 보고서는 2022년에는 순수출(-27.3TWh) 흐름이었는데 2023년 순수입(+9.2TWh), 2024년 순수입(+26.3TWh)으로 방향이 바뀌었다는 표를 싣는다.
그리고 Fraunhofer ISE 분석은 2024년에 재생에너지의 순공공발전 비중이 62.7%로 올라가고, 전기 순수입이 24.9TWh로 커졌다고 정리한다. “원전 없는 첫 온전한 해”라는 문구와 함께 2024년 석탄발전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까지 붙는다.
이 조합은 한 줄로 정리된다. 독일은 2022년에 ‘EU에서 가장 큰 석탄발전국’처럼 보이는 해를 지나갔지만, 그 이후에도 재생에너지 확대·수요 변화·무역 구조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석탄은 내려가는 중이다.

원전 탄력운전은 기술이 아니라 시스템 설계 문제다

여기서 “원전이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하려면 탄력운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등장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술적으로는 ‘가능한 범위가 넓다’에 가깝고, 현실적으로는 ‘제도와 시장이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가 더 정확하다.

기술부터 보자. OECD Nuclear Energy Agency 보고서는 현대 경수로가 강한 기동(조정) 능력을 갖도록 설계돼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의 원전이 로드 팔로잉(부하 추종) 운전을 하고 1차·2차 주파수 제어에 참여한다고 서술한다. 또한 유틸리티 요구(EUR) 기준으로 원전이 정격출력의 50~100% 범위에서 일일 부하 사이클링을 수행하고, 분당 3~5%Pr 수준의 출력 변화율을 가져야 한다는 최소 요구 조건을 제시한다.
즉 “원전은 무조건 풀출력 고정”이라는 통념은 설계·규제·운영의 한 버전일 뿐이다. 신형 설계는 더 넓은 범위를 노리기도 한다는 설명도 이어진다.

경제·운영 측면도 흥미롭다. 같은 NEA 보고서는 프랑스에서 로드 팔로잉이 설비 이용률(유닛 캐퍼빌리티 팩터)에 미치는 영향이 약 1.2% 수준으로 추정된다는 요지를 제시한다. 또한 로드 팔로잉이 대형 설비의 노화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설계 마진 내)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밸브 같은 운영 부품의 유지보수 비용이 소폭 늘 수 있고, 오래된 설비는 계측·제어(I&C) 투자 등이 필요할 수 있다는 식의 ‘현실 비용’도 함께 적는다.
즉 “탄력운전=공짜”가 아니라, “가능하지만 비용과 규칙이 붙는다”가 정답이다.

그럼 왜 프랑스 얘기가 자꾸 나오나. Électricité de France(EDF) 중심의 프랑스 전력은 원전 비중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원전이 수요 변화에 맞춰 움직이는(로드 팔로잉) 운전이 구조적으로 필요했다는 설명이 세계원자력협회 자료에 등장한다. EDF 원전이 설비의 대부분을 차지해 로드 팔로잉으로 쓰이고, 그 때문에 프랑스 원전의 설비 이용률이 세계 평균보다 낮게(약 70% 수준) 나타난다는 요지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원전이 유연성을 제공한다”가 슬로건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된다.

반면 독일은 이제 원전이 없다. 그럼 유연성은 어디서 오나. 유럽 차원의 논의는 대체로 세 축이다: 유연발전(가스 등), 수요반응, 저장(배터리·양수 등), 그리고 그걸 실어 나르는 계통 강화다.
독일 내부에서도 배터리 저장이 주파수 제어 예비력(FCR)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흐름이 관찰된다는 분석이 있고, 이는 재생에너지 시대의 ‘새로운 보조서비스 공급자’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제 이 논의를 대한민국으로 가져오면 포인트는 더 선명해진다. 정부 계획 문서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수요 증가(AI·데이터센터·전기화), 무탄소 전원 확대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반복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공고(제2025-238호)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 수정 공고 자체를 공식화한다.
또한 국가에너지통계종합정보시스템(KESIS) 해설은 2038년 전력소비·최대전력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특히 추가수요(전기화·데이터센터·첨단산업)를 별도로 계상하는 방식 자체가 “예전처럼 GDP만 보고 전력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라는 신호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같은 계획을 다룬 Reuters 보도는 2038년까지 원전·재생 목표를 키우고 석탄을 대폭 줄이며 “탄소무배출 전원 비중을 70%로” 끌어올린다는 숫자들을 요약한다.

여기에서 “원전 탄력운전”이 실제 정책 옵션이 되려면, 기술 개발만으로는 부족하다. 운영 절차(얼마나 자주, 어느 폭으로 출력 바꿀지), 안전성 검증(연료·피복·계통 스트레스),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 설계(유연성을 제공했을 때 보상하는 방식)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한국수력원자력 연구진이 2025년 학회 발표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원전 유연운전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ESS는 비용·수명 등 과제가 있어 원전 유연운전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R&D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Korea Hydro & Nuclear Power 측 발표는 유연운전을 부하추종·주파수제어 등으로 분류하고, 이를 위해 노심 설계·안전해석·운전절차 등 다층 과제가 필요하다고 적는다.
결국 질문은 “원전이 탄력운전 가능한가”가 아니라 “그 탄력성을 필요로 하는 시스템에서, 그 탄력성을 제대로 사고팔고 검증하는 규칙이 있는가”로 바뀐다.

마지막으로, 독일 사례가 주는 가장 현실적인 교훈은 “절차적 정당성은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탄소중립은 지역·산업·고용을 건드리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 장치가 필요하고, 독일의 석탄 퇴출은 실제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설계한 ‘합의형 로드맵’에 가깝다. World Resources Institute는 독일 석탄위원회가 2019년 보고서에서 2038년 퇴출, 중간 감축 목표, 지역·노동 전환을 포함한 패키지를 제안했다고 정리한다.
그리고 Agora Energiewende 분석도 2018년 석탄위원회 설치→2019년 로드맵 제시라는 정치적 프로세스가 “사회적 충격을 줄이기 위한” 장치였음을 강조한다.
합의는 느리다. 하지만 합의 없이 밀어붙인 전환은 나중에 더 비싼 저항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이 “석탄을 다시 태운 해”는, 그 느린 합의가 잘못됐다는 증거가 아니라 “전환 중간에 안전장치(보험)를 다시 꺼내게 만드는 취약 구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경고에 가깝다.

References

  • 독일 총발전(2019~2025, 에너지원별) 공식 통계 표, Destatis.
  • 2024년 독일 재생에너지 비중(순공공발전 62.7%)·순수입(24.9TWh) 및 석탄 감소 설명, Fraunhofer ISE.
  • 2023년 독일 재생에너지 비중(순공공발전 59.7%) 및 석탄 급감·원전 최종 정지(2023-04-15) 관련 수치, Fraunhofer ISE.
  • 2022년 독일 석탄 발전 증가·원전 발전 감소(원전 3기 폐쇄) 수치, Fraunhofer ISE.
  • 2024년 독일 에너지 소비·전력 무역(순수입 전환)·발전 믹스 표, AG Energiebilanzen(AGEB) 2024 연차보고서.
  • 2022년 유럽 가스 위기 속 석탄 전환, 독일의 약 10GW ‘역회전’ 규모 언급, IEA Coal 2022 Executive Summary.
  • 2022년 2분기 EU 전력시장: 수력·원전 감소, 석탄·갈탄 +19% 증가, 탄소가격·연료전환 설명,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전력시장 분기 보고서(Q2 2022).
  • 독일 석탄 설비 가동 연장(2024년 초까지) 및 갈탄 설비 재가동(한시) 관련 보도, Reuters(2022-09-28).
  • 2022년 독일 내 석탄발전 증가(특히 7~9월)와 낮은 풍력·수력·원전 출력의 결합 보도, Reuters(2022-12-16).
  • 독일 원전 단계적 폐쇄 역사(2000 합의, 2011 재결정, 2022 목표, 정치적 맥락) 정리, Clean Energy Wire.
  • 독일 재생에너지 지원(피드인) 제도의 투자 안정성 역할(EEG 2000, 20년 보장) 정리, Clean Energy Wire.
  • 독일의 석탄·갈탄 생산(자국 자원), 2018 유연탄 광산 폐쇄, 노천채굴의 사회 갈등 정리, Carbon Brief Germany profile.
  • 석탄 퇴출 합의 프로세스(석탄위원회)와 ‘포용적 전환’ 요약, World Resources Institute(WRI).
  • 독일 석탄위원회 설치 및 2038 로드맵의 의미 분석(정치적 프로세스·권고), Agora Energiewende 보고서.
  • 원전 로드팔로잉(50~100% 범위, 3~5%/min 등)과 프랑스·독일 사례, OECD NEA 보고서.
  • 프랑스 원전의 로드팔로잉 운전(EDF 설비 구조로 인한 필요) 및 설비 이용률 관련 서술, World Nuclear Association(France).
  • 유럽 전력계통에서 유연성의 중요성과 수요 증가, 저장·수요반응·계통강화 필요, European Parliament 연구 보고서.
  • 재생에너지 기반 계통에서 주파수·예비력·저장 역할(독일 FCR에서 배터리 비중 등) 분석, Agora Energiewende 보고서.
  • EU ETS 환경 속 연료가격 변동·탄소가격(장기간 ‘미약’)과 전력시장 공진화 분석, Umweltbundesamt 보고서.
  • 유럽 동기계통 주파수 제어·예비력 활성화 조건(정의·시간 프레임) 자료, ENTSO-E 운영 핸드북/지원 문서.
  • 한국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 수정 공고(공고번호 2025-238), 산업통상자원부.
  •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주요 내용 해설(수요 전망, 추가수요, 목표수요), KESIS(KEEI).
  •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원전·재생 확대 및 석탄 감축 수치 요약 보도, Reuters(2025-02-21).
  • 한국 원전 유연운전 R&D 로드맵(부하추종·주파수제어 등 분류, 안전검증 필요) 학회 발표 자료, KNS(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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