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캐나다, 한국산 잠수함에 손짓하는 까닭

캐나다가 극지 작전 능력을 갖춘 신형 잠수함을 찾는 이유는 북극해 경쟁이 실전 단계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한국 잠수함이 경쟁에 오를 수 있는 근거와, 수주가 성사되기 위해 넘어야 할 조건.

KO

캐나다는 세계 최장의 해안선과 북극해 해양주권 방어라는 중책을 안고 있다. 현재 1998년 구(舊)영국 해군의 업홀더급(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운용 중이나, 신뢰성 문제로 실전 가동은 한 척 남짓에 그친다. 이들 구형 함정이 2030년대 중반 퇴역을 앞두자, 캐나다 정부는 12척 규모의 신형 잠수함 도입을 결정했다. 2024년 발표된 국방정책 ‘우리의 북극, 강한 캐나다(Our North, Strong and Free)’는 기후변화로 급격히 녹아내린 북극해가 2050년경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주요 해상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서방 긴장이 고조되는 북극해에는 러시아 잠수함의 활동이 늘고, 중국 역시 잠수함 전력을 빠르게 확장하는 중이다. 이를 막기 위해 캐나다는 수면 위 군함보다 은밀한 작전이 가능한 최신 잠수함 전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2024년 가을 캐나다는 ‘Patrol Submarine Project(CPSP)’를 공식 발주했다. 신형 잠수함은 오랜 항속거리와 은밀성(스텔스), 장시간 잠항 능력, 극지 작전 능력 등이 핵심 요구조건으로 꼽혔다. 캐나다 국방부는 협력적 파트너십 강화도 강조했다. 단순 구매를 넘어 동맹국과 기술·정보를 공유하며 장기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방위산업업체들과의 협의 과정과 2024년 가을 RFI(Request for Information) 작성을 통해 신형 잠수함 건조·운용 역량을 세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경쟁 구도와 기술력

입찰 참여 의사를 밝힌 업체는 국제 방산기업 25곳에 달했으나, 캐나다는 까다로운 성능·절차 검증을 거쳐 최종 두 곳만을 결선 파트너로 선정했다. 그 주인공은 독일의 티센크루프 해군시스템(TKMS)과 한국의 한화오션(한화·HD현대 컨소시엄)이다. 독일 측은 노르웨이와 협력해 개발 중인 3,000톤급 차기 잠수함 ‘타입 212CD’를 제안한다. 이 잠수함은 리튬이온 배터리와 연료전지를 포함한 최신 AIP(공기 불요 추진) 시스템을 갖춰 잠항 능력을 높였고, 향상된 엔진과 유체역학 설계로 속도와 항속거리를 늘렸다. 스텔스 성능도 강화된 특수 선체를 적용했으며, 2027년부터 연간 3~4척을 건조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

반면 한국 측은 ‘도산 안창호급(KSS-III)’을 바탕으로 한 잠수함을 제안한다. 이 잠수함은 이미 한국 해군에서 실전 운용 중인 성숙한 설계를 자랑한다. KSS-III는 연료전지 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조합하여 20노트(시속 약 37km) 속도로 잠항하면서도 1만 해리 이상의 항속거리와 20일 이상의 잠항 능력을 확보했다. 또한 6개의 어뢰관 외에 수직발사관(VLS)을 여럿 보유해 토마호크형 순항미사일 등 다양한 무장을 운용할 수 있다. 한화오션 측은 신속한 납기와 현지 기술이전을 강조한다. 실제로 한화와 캐나다 기업은 철강, 인공지능, 희토류 등 6개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고, 캐나다 철강 생산업체와 잠수함 건조 MOU도 체결했다. 한화 관계자는 “캐나다 요구 시 인근 조선소를 활용해 잠수함을 건조하고 첨단 기술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양국의 접근은 과거와 달리 ‘성능 우선’ 대신 ‘산업·경제적 이득’이 입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데서 기인한다. 캐나다 정부는 수주 경쟁 과정에서 현지 고용과 기술 이전 비중을 대폭 높였고, 참여 후보들의 투자 제안까지 평가에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역시 캐나다에 잠수함 건조사업 일부를 맡길 것을 제안하며 장기 협력체제 구축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독일은 캐나다의 방산기업 참여와 잠수함 부품 국산화를 약속했고, 오히려 사업에 뛰어들어야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경제논리도 꺼냈다. 한국과 독일 모두 ‘잠수함을 짓게 해준다’는 판촉 카드를 꺼낸 셈이다.

영국과 미국은 이번 경쟁에서 배제된 듯하다. 영국은 핵추진 애스튜트급 등 차세대 핵잠에 집중하고 있고, 캐나다는 전통적으로 비(非)핵잠 위주 작전을 고수해 왔다. 미국 역시 현재 핵추진 잠수함을 주력으로 운용하며 재래식 잠수함을 따로 생산하지 않는다. 게다가 캐나다는 최근 미·중 갈등 국면에서 북미 무역 마찰을 겪은 바 있어, 이번 방산쇼핑의 판은 전통적 우방국뿐 아니라 아시아·유럽의 다양한 협력 파트너까지 확대됐다.

국제 정세와 전략적 선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NATO 동맹국들은 대규모 방위예산을 투입해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캐나다도 예외가 아니어서 2024년부터 20년 간 7.3조 CAD 규모 방위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이런 분위기는 캐나다로 하여금 기존 국방망을 빠르게 현대화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특히 북극해가 전략 요충으로 부각되면서 러·중의 군사적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게 됐는데, 실제로 캐나다 국방부는 “로스토후급 SSBN(탄도미사일 잠수함)이 대서양·북극·태평양 전 해역을 순항 중이고, 중국도 잠수함을 급증시키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국제 협력도 입찰 과정에서 중대한 변수다. 미국과 한국은 이미 2025년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캐나다 안보·방위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잠수함 사업 참여를 넘어 양국 해군 간 협력 강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미국도 ‘폼페이오급(?)’ 태도로 정보를 주고받는 두 동맹국의 협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영국‧노르웨이‧독일 연합 제안도 북극에서의 안보 공조를 강조하며 캐나다를 설득 중이다. 이런 대목이 의미하는 바는, 캐나다가 단순히 물건 하나를 사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동맹·무기 협력 네트워크를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독일 기자는 “타입212CD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진행 중이고, 한국산 잠수함도 성능 좋지만 우리 것이 더 우수하다”는 캐묻기 발언을 했을 정도다.

결국 이번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전례 없는 판으로 치닫고 있다. 성능과 안전성은 기본이지만, ‘산업 보상’과 동맹 전략이 낙찰의 당락을 가를 핵심 요소가 됐다. 이런 변화 속에서 캐나다가 보낸 러브콜은 기술 이전과 투자, 일자리 제공을 약속한 파트너에게 향하는 듯하다. 한국 입장에선, 북극의 푸른 바다 한편에 ‘우리’ 기술의 깃발을 꽂을 수 있는 기회다. 길고 복잡한 경쟁 전선이지만, 이런 국면 전환의 배경과 조건을 짚어보면 캐나다의 선택지가 자연스레 이해된다.

참고문헌: 캐나다 국방부 발표 자료, 《리이터》·《스트레이츠 타임스》·《데펜스포스트》 보도, 한·독 기업 보도자료 및 분석, KIMS 연구소 보고서, 기타 공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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