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적 다툼과 대법원 판단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무역 적자를 국가 비상사태로 선언하며 한국 등 전세계 수입품에 일괄 10% 관세를 매기고, 추가로 국가별 차등 관세를 더 부과하던 ‘상호관세’ 정책은 결국 미국 법정으로 갔다. 2025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이 행정명령에 맞서 장난감 회사 등 중소기업들이 “긴급경제법(IEEPA)에는 관세 부과 권한이 없다”며 잇따라 소송을 냈다. 하급심 재판부들도 이 주장을 받아들여 “IEEPA로 관세를 걷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2026년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마침내 이 사안에 종지부를 찍었다. 대법관 9명 중 6명이 IEEPA에 관세 권한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헌법 제정자들은 평상시 관세권을 의회에 단독으로 부여했다”며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쉽게 말해, 관세는 미국 정부의 세금 징수권인 만큼 대통령이 맘대로 손댈 수 없다는 의미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부터 기본 10%로 거둔 관세와, 마약 밀수 차단 명목으로 부과한 추가 관세가 모두 불법임이 확인됐다.
판결 이후: 환급 소송과 무역 불확실성
판결 이후 혼란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IEEPA 대신 무역법 122조를 동원해 150일 한시적 10%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에 착수해 부당 무역 관행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단, 필수 승용차·광물·의약품 등 일부는 면제한다. 재무장관은 “다른 수단으로 관세 수준을 사실상 동일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세를 납부한 기업들은 이미 환급 소송을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긴급관세로 거둔 돈이 1,750억 달러(약 254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대법원이 환급 절차를 명시하지 않아 반환 문제는 하급심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이는 마치 수도권 출퇴근길 고속도로에 버려진 장애물처럼, 해결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무역은 당분간 소용돌이에 휘말릴 듯하다. 상호관세 정책이 수요 억제용 무기였다면, 그 기반이 무너진 지금 기업들은 방향을 잃은 배처럼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야 한다. 지난해 한미 합의로 한국산 자동차 관세율이 25%에서 15%로 낮아졌지만, 이번 판결로 그 법적 근거가 흔들리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한국 정부는 판결 결과와 미국의 후속 움직임을 종합 검토한 뒤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관세 수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졌기 때문에 당분간 관세 전망이 매우 불투명해졌다”고 우려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관세를 둘러싼 권력 간 힘겨루기가 결국 법리로 가려진 사례라는 점에서, 앞으로 글로벌 무역 질서에도 적잖은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ferences: 미국 대법원 판결문 및 관련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