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미국과 이란: 협상 불발 속 급증하는 전운

제네바 핵협상이 빈손으로 끝난 직후, 양측은 모두 군사력 과시로 돌아섰다. 협상이 실패해서 전쟁이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전쟁 위협이 협상의 조건을 만드는 구조 속에서 이 긴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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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기술 설명 일러스트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이란이 2월 중순 핵협상을 벌였지만, 눈에 띄는 합의는 나오지 못했다. 2월 17일 제네바 회담에서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문제 외에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과 이란 지원 역내 무장조직 문제도 논의됐지만 이견 차가 컸다. 미 부통령 제이디 밴스는 회담 직후 폭스뉴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든 다른 옵션이든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합의에 실패할 경우 “이란이 원치 않을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란 측은 핵 개발 문제와 제재 해제만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미국의 레드라인(금지선)은 이란이 인정할 만한 수준의 구체안이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이러한 긴박한 협상 국면에서 미국은 외교와 동시에 군사적 압박도 강화하며 전운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군사 전력 증강

이미 군사적으로 맞붙은 두 강대국의 지도자는 마치 체스판의 양끝에서 일촉즉발의 대치 상태에 놓인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 역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칼끝을 겨누는 중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미 “미국이 이번 주말까지 이란 공격 준비를 마칠 수 있다”는 CNN 보도와 함께 향후 충돌 가능성을 90%로 분석했다. 악시오스(Axios)는 과거 베네수엘라 공습과 달리 만약 전면전으로 비화된다면 몇 주간 이어질 대규모 군사작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일부는 “대부분 미국인이 인식하는 것보다 중동 전쟁이 한층 가까워졌고, 전쟁이 임박했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고 보고하며, 대통령의 인내심이 바닥났다고 전했다.

미국은 중동에 역대급 규모의 군사력을 집결시키고 있다. 현재 오만해역에 배치된 에이브러햄 링컨호 항모전단 외에도 곧 제럴드 포드호 항모전단이 합류할 예정이다. 영국 언론은 최근 24시간 동안 F-35 스텔스기와 F-16 등 미 전투기 50여 대가 중동으로 이동했으며, 공중급유기 이동도 잇따랐다고 보도했다. WSJ도 “현재 미군이 중동에 집결시킨 공군력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B-52 전략폭격기 투입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100대가 넘는 전투기와 공중급유기·조기경보기·지휘통제기 등이 한데 모여 사실상 전시 대형을 갖추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이미 고위급 소집 회의를 열어 이란 정권 전복·정치·군사 지도부 제거 작전과 핵·미사일 시설 폭격 등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WSJ가 전했다.

미국의 이러한 군사 배치 움직임은 대이란 압박을 위한 협상용 카드인지, 아니면 실제 공습 준비인지를 두고 전문가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로이터와 CNN은 “미군이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받으면 수주간 이란 작전을 전개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할 만큼 상황은 심각하다. 2월 18일까지 전투기 50여 대가 급파된 데다, 항모와 구축함 등 함정 13척도 중동에 배치된 상태다. 항공모함 2척의 무력 시위는 과거 이라크 침공 당시에도 볼 수 없었던 규모다.

미국은 다만 중간선거와 국내 유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브렌트유는 이란 군사 긴장과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협에 반응해 하루 만에 70달러를 넘었지만, 덴마크 삭소뱅크는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에 민감한 현 정권이 자국민 부담을 감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외교가 항상 우선 옵션”이라며 군사 행동은 마지막 수단임을 강조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공개 메시지를 통해 “합의가 결렬되면 미국은 잠재적 위협을 제거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언제든 폭발할 듯 달아오른 이 전쟁 위기의 시한은 트럼프 손끝의 결정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란의 요새화와 전쟁 시나리오

미국의 압박에 대비해 이란도 본격적인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최근 며칠간 호르무즈 해협을 수시간 폐쇄한 뒤 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벌여, 미국 항공모함 전단을 견제하는 맞불 군사훈련을 감행했다. 불과 며칠 전 이란 핵시설을 타격한 이스라엘의 ‘미드나잇 해머’ 작전 이후 다시금 전운이 감돈 까닭에, 이란은 핵 시설을 콘크리트로 보강하고 지휘권 분산 계획을 부활시켰다.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이란은 이스파한 우라늄 농축시설과 핵심 지하 터널 단지에 토사를 쌓아 은폐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란 지도부는 “약점을 보완했다”며 전쟁이 강요되면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경고했다.

이란은 국제 협상 붕괴에 대비해 내부 결속에도 나섰다. 핵 개발 중단을 주장하거나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던 인사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며 국론 분열을 봉합하려는 움직임이다. 핵시설뿐 아니라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에 해군 함정을 배치하고,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 헤즈볼라에도 전쟁 시 즉각 참전 준비를 지시했다. 이밖에도 이란은 러시아와 손잡고 방어력을 높인다. 지난 18일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항에는 러시아 군함이 입항했고 양국 해군은 합동훈련에 돌입했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분석에 따르면, 이란은 핵시설 보호를 위해 핵심 설비 진입로 곳곳에 콘크리트 보강 작업을 벌이고 있다.

물론 이란도 경제적 여건과 국제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1988년 이라크 전쟁 이후 최악의 군사 위협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산유국 이란으로서는 유가를 지렛대로 쓰려는 의도도 읽힌다. 유전 지대와 호르무즈 통제는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를 좌우하므로, 협상이 깨져 미국과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유가 급등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석유 시장은 이번 전운 고조에 70달러대를 상회했고, “원유 수출에 차질이 생겨 배럴당 150달러도 넘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들어 미국이 전쟁을 쉽게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지만, 이란이 실제 공격을 받을 경우에는 즉각적인 강력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금 중동에는 초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의 협상이 잠정 중단되고 난 뒤, 중동에는 눈에 띄는 군사 배치가 계속 늘고 있다. 전투기와 항공모함, 구축함이 속속 출항하고 예비 병력도 동원되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미국과 이란 어느 쪽도 쉽게 물러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양쪽 지도부는 서로에게 엄중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벌어지는 신호들을 종합할 때 “전쟁의 임박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판단하지만, 끝까지 외교적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협상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만큼, 이 낯익은 전장의 분위기가 정말 전면전으로 치닫게 될지, 아니면 외교가 막판 기적을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다.

Reference: 미국의 중동 군사력 증강 및 이란의 대응 준비 상황은 한국경제, 연합뉴스, 한겨레, 매일경제 등 주요 언론과 WSJ·CNN·Axios 등 외신 보도를 종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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