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토큰화가 바꾸는 금융시장과 토큰경제의 실체

2025~2026년이 '토큰화가 진짜 금융 레일로 들어오는' 변곡점으로 불리는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와 기관 자금이 합류했기 때문이다. 기대와 현실의 간격, 그리고 어떤 부분이 실제로 바뀌고 있는지.

KO

왜 지금 토큰화가 ‘금융시장 대변혁’이라는 말까지 끌어내는가

금융은 원래 “장부 산업”이다. 은행 장부, 증권사 장부, 예탁결제 장부, 청산 장부가 층층이 쌓여 있고,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저 장부들이 서로 “맞장구”를 쳐야 일이 끝난다. 문제는 이 맞장구가 너무 비싸고 느리다는 점이다. 그래서 토큰화(tokenization)는 단순히 “자산을 쪼개 파는 조각 투자”를 넘어, 장부를 새로 짜는 시도라는 점에서 금융 인프라의 이야기로 번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토큰화를 “실물·금융자산을 분산원장에 디지털 형태로 표현(‘디지털 트윈’)하거나, 원래부터 토큰 형태로 발행(‘네이티브 토큰’)하는 것”으로 정리하면서도, 실제 대규모 상용화는 아직 제한적이라고 못 박는다. 즉, 기대효과(자동화에 따른 효율, 투명성, 유동성 개선 가능성, 결제·청산·결제기간 단축, 프로그래머블 기능, ‘항상 켜진’ 거래 등)는 많이 말해왔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파일럿/실험 단계”라는 평가가 공존한다.

그럼에도 2025년 말~2026년 초를 전후해 ‘토큰화가 진짜 금융 레일로 들어온다’는 신호가 강해진 이유가 있다. 첫째, 규제기관과 시장 인프라 사업자가 “토큰을 장부의 일부로 취급해도 되는가”에 대해 구체적 파일럿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둘째, 토큰화의 핵심 난제였던 “돈(결제자산) 레그”를 토큰화된 예금·규제된 스테이블코인·도매형 CBDC 실험 등으로 붙이려는 시도가 본격화됐다. 셋째, 무엇보다 ‘안전하고 단순한 자산’(국채·머니마켓펀드·레포 담보 등)부터 토큰화하는 전략이 자리 잡으면서, 화려한 이야기 대신 현실적인 수요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토큰화의 작동 원리: “블록체인에 올리면 끝”이 아니라 “권리를 다시 설계”하는 일

토큰화는 자산을 JPG처럼 스캔해 인터넷에 올리는 일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무엇을 ‘토큰’이라고 부를지는 기술보다 법과 운영 설계가 더 크게 좌우한다.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결제·시장인프라 쪽 보고서는 토큰 생태계를 “토큰 어레인지먼트(token arrangement)”라는 말로 설명한다. 여기서 핵심은 특정 블록체인 하나가 아니라, **프로그램 가능한 플랫폼(들) + 참여주체(들)**가 묶여 금융 기능(발행, 이전, 결제, 담보 등)을 수행하는 ‘구조’ 자체다. 쉽게 말해 ‘토큰은 제품’, ‘어레인지먼트는 공장 + 물류 + 품질관리’에 가깝다.

여기서 제일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토큰을 가지면 곧바로 기초자산을 소유한다”라는 착각이다. 토큰이 법적으로 기초자산의 권리 이전을 구성해야 진짜 소유이고, 그렇지 않으면 “디지털 스펙(표시)”에 그칠 수 있다.

이 차이를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미국의 ‘규제권 안 토큰화 펀드’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프랭클린 온체인 미국 국채 머니마켓펀드(FOBXX) 관련 공시를 보면, 펀드 지분은 블록체인에 기록되지만 “완전한 탈중앙 토큰”처럼 아무나 마음대로 옮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 펀드는 이전대행기관(transfer agent)이 지분 소유 기록을 일방적으로 통제하고, 오류·무단이전이 있으면 정정할 수 있으며, 이전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그리고 펀드 지분은 “BENJI 토큰”이라고도 불리며, 나스닥에서 미국 티커 FOBXX로 거래된다고 적시한다. 요지는 한 줄이다. 토큰화는 ‘무법지대 실험’이 아니라 ‘규제 가능한 장부’로 만드는 방향으로 이미 구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축은 블랙록이 2024년 3월 공개한 BlackRock USD Institutional Digital Liquidity Fund(BUIDL) 같은 토큰화 펀드다. 이 펀드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발행되며, 적격 투자자가 시큐리타이즈를 통해 참여하고, 토큰 단위로 달러 수익(현금·미국 국채 T-bill·레포 기반)을 추구하도록 설계됐다. 중요한 디테일은 “토큰이 곧바로 공공 블록체인에서 거래되지만, 전송은 사전 승인된 투자자 간 24/7로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공공 레일을 쓰되, 출입문은 잠그는 방식이 이미 대형 기관의 기본값이 됐다.

토큰경제라는 말이 여기서 비로소 현실감을 얻는다. 토큰경제는 “코인이 오른다”가 아니라, 권리(증권·수익청구권·담보권 등)와 돈(결제자산)이 같은 방식의 디지털 객체로 취급되면서, 금융 서비스가 ‘앱처럼 조립’되는 세계를 뜻한다.

금융 인프라 변화의 핵심: 분할 소유가 아니라 결제·청산·담보의 재조립

토큰화가 금융시장을 바꾼다는 말이 과장이 되지 않으려면, “새로운 자산이 생겼다”가 아니라 “기존 시장의 비용구조가 바뀐다”로 이어져야 한다. 그 연결고리가 결제·청산·담보이다.

첫 번째 변화는 **공유된 기록(shared record)**의 유혹이다. 토큰화 시스템은 참여자들이 같은 장부(혹은 상호연동된 장부)를 보면서 거래를 처리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이게 제대로 작동하면, 지금처럼 기관별 장부를 맞추느라 생기는 대규모 대사(reconciliation) 비용이 줄어든다.

두 번째 변화는 **결제기간 단축과 ‘원자적 결제(atomic DvP)’**다. 토큰화 옹호론의 단골 멘트가 “즉시 결제”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금융안정위원회(FSB)는 둘 다 여기서 브레이크를 건다. 즉시·동시 결제는 결제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반대로 시장참가자가 거래 전에 돈과 증권을 미리 준비해야 하므로(프리펀딩), 기존의 신용공여·순상계(netting) 구조가 제공하던 유동성 효율을 해칠 수도 있다. “빠르면 다 좋은가?”라는 질문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세 번째 변화는 **담보의 이동성(collateral mobility)**이다. 금융기관에게 담보는 ‘돈의 그림자’에 가깝다. 레포, 파생 마진, 증권대차 등에서 담보는 하루에도 수십 번 움직이고, 그때마다 평가·이체·권리확정·대사가 붙는다. 토큰화는 담보 자체를 표준화된 디지털 객체로 만들고, 규칙(예: 어떤 담보를 어떤 거래에 얼마만큼 이미 잡아두었는지)을 코드로 박아 담보 재사용, 담보 교체, 담보 이동의 마찰을 낮추려 한다. 이 ‘도매시장 담보 문제’를 풀어야 토큰화가 “조각투자 트렌드”를 넘어 “시장구조 변화”로 불릴 자격이 생긴다.

정리하면, 토큰화의 진짜 승부처는 ‘희귀한 자산을 잘게 나눈다’가 아니다. 금융의 후방(백오피스·사후처리)에서 발생하는 마찰을 얼마나 구조적으로 줄이느냐이다.

이미 움직인 시장: 토큰화 펀드, 국채, 그리고 “예탁결제의 토큰화”

토큰화가 ‘말’에서 ‘물건’으로 바뀌는 순간은 언제나 보수적인 영역에서 먼저 일어난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수적인 영역이 거래 규모가 크고, 규제도 명확하며, 무엇보다 “효율화하면 돈이 바로 보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눈에 띄는 건 머니마켓펀드/국채 기반 토큰화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프랭클린 온체인 미국 국채 머니마켓펀드(FOBXX)는 2021년 설정된 정부형 머니마켓펀드로, 2025년 12월 말 기준 순자산이 약 7.66억 달러로 공시돼 있다. 펀드 지분은 BENJI 토큰으로도 불리고, 블록체인 기반 기록을 활용하되 펀드의 투자대상은 정부증권·현금·정부담보 레포 중심으로 유지된다는 점을 반복해 강조한다. “토큰화 = 코인 투자”로 오해할 여지를 아예 잘라내는 설계다.

두 번째는 블랙록의 BlackRock USD Institutional Digital Liquidity Fund(BUIDL)이다. 2024년 3월 20일 공개자료에 따르면, 이 펀드는 공공 블록체인에서 소유권을 토큰으로 표현해 거래·이전을 가능하게 하고(다만 적격·사전승인된 투자자 중심), 결제를 “즉시·투명”하게 만들며, 지갑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등 디지털 레일의 장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동시에 펀드 자산은 현금·미국 국채 T-bill·레포로 구성해 ‘현금성 수익’이라는 전통적 목표를 유지한다. 새 레일을 쓰되, 운반물은 최대한 안전한 것을 고르는 셈이다.

세 번째가 진짜 크다. “거래소나 자산운용사가 토큰화 상품을 낸 것”과 “시장 인프라가 토큰화를 품는 것”은 급이 다르다. 2025년 12월 1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무조치 서한(no-action letter) 문서에서 DTC는 ‘DTCC 토큰화 서비스’ 파일럿(Preliminary Base Version)을 설명하며, DTC가 보관하는 증권의 ‘증권권리(entitlement)’를 DLT로 기록할 수 있게 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 파일럿은 (문서상) 2026년 하반기 출시를 예상한다고 명시한다.

여기서 디테일이 중요하다. 이 파일럿은 무분별한 온체인 거래를 허용하는 게 아니라, 허용지갑(allowlisted wallets), 컴플라이언스 인지형 프로토콜(예: ERC-3643 언급) 등 제한을 전제하고, 무엇보다 “토큰화된 버전의 증권에 대해 DTC는 담보·결제 가치(colla­teral or settlement value)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리스크를 좁힌다. 또 법적 소유 프레임워크를 바꾸지 않으며, DTC가 여전히 최종 보관자/증권중개자 역할을 유지한다고 적는다. 즉, 첫 단계는 ‘혁명’이 아니라 현행 법·인프라를 유지한 채 기록 방식부터 실험하는 접근이다.

이 흐름은 거래소 쪽에서도 이어진다. 2025년 9월 8일자 보도에 따르면, 나스닥은 토큰화 증권을 자사 메인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정 변경을 추진했고, 인프라가 준비되면 2026년 3분기 무렵부터 토큰 결제 거래가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상품’이 아니라 ‘거래 시스템’이 토큰화를 흡수하려는 움직임이다.

한편 싱가포르의 싱가포르 통화청(MAS)는 ‘프로젝트 가디언(Project Guardian)’을 통해 토큰화 금융의 표준·프레임워크를 만들려는 축을 키워왔다. MAS 자료는 토큰화된 은행부채(예: 토큰화 예금)와 공유원장 기반 인프라가 24/7 실시간 결제 같은 목표를 가능하게 하는 방향을 다룬다. 2025년 11월 13일자 보도에서는 MAS가 2026년에 토큰화 MAS 빌(MAS bills) 발행 시험을 예고하고,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제화도 병행한다고 전했다. 즉, 토큰화 자산(증권)만이 아니라 토큰화 돈(결제자산)도 같이 깔려야 생태계가 움직인다는 인식이 점점 전면으로 나온다.

규제와 리스크: 토큰이 “권리”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것들

토큰화가 ‘불편을 없애는 기술’로만 보이면 거의 반드시 사고가 난다. 금융은 편리해질수록 취약해지는 구간이 있고, 토큰화는 그 지점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는 2025년 11월 즈음 공개된 분석에서 토큰화가 새로운 위험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표적인 포인트가 “투자자가 실제 기초자산을 소유하는지, 아니면 디지털 표현에 대한 권리만 갖는지”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제3의 토큰 발행·기술 제공자가 끼어들면서 생기는 상대방 위험이다. 동시에 효율성·비용절감 같은 장점이 “불균등하고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같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비슷한 결론을 다른 언어로 말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토큰화의 이론적 장점을 많이 말하지만, 대규모 실증이 부족하고, 생태계(유동성·참여자·수탁·표준·식별 시스템)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 “토큰 소유가 곧바로 기초자산 소유를 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는 법적 이슈, 스마트컨트랙트의 법적 지위, 결제 완결성(settlement finality) 문제 등을 장애물로 꼽는다. “레일은 깔 수 있는데, 도시가 아직 없다”는 느낌이다.

금융안정위원회(FSB)는 더 거칠게 말한다. 잠재적 이점(효율·투명성·투자기회 확대)을 인정하면서도 “많은 이점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고, 토큰화만의 고유한 장점이 아닐 수 있으며, 트레이드오프가 이점을 상쇄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정리한다. 그래서 토큰화 프로젝트가 아직 크게 스케일되지 못했다고 보고, 스케일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투자자 수요 불확실, 상호운용성 부족, 결제자산 부재, 법·규제 프레임워크 차이(특히 국경 간)를 든다.

또 하나의 핵심은 “금융위험의 복제”다. FSB는 토큰화가 커질 경우 취약성이 (1) 유동성·만기불일치, (2) 레버리지, (3) 자산가격·자산질, (4) 상호연결성, (5) 운영취약성 범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분류한다. 그리고 현재는 규모가 작고, 허가형(퍼미션드) 플랫폼 중심이며, 프로그래머블 기능 사용이 제한적이고, 상호운용성이 부족해 “현재로서는” 시스템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보되, 규모가 커지면 달라질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 경계심은 규제의 실제 움직임에서도 드러난다. 2026년 2월 6일 자 보도에 따르면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역외에서 발행되는 토큰화 ABS가 본토 자산을 기초로 할 때의 감독을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며, 투기·금융불안 리스크를 언급했다. 토큰화의 기술이 아니라 국경을 넘는 발행·유통 구조가 정책 이슈로 빠르게 올라왔다는 뜻이다.

그리고 유럽증권시장청(ESMA)가 소개하는 EU의 ‘DLT 파일럿 레짐’이 2023년 3월 23일부터 적용돼, 일정 범위 내에서 토큰화된 금융상품 거래·결제 인프라를 시험할 수 있게 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규제는 “금지/허용”이 아니라 규정된 실험 구역을 만들고, 그 결과로 제도를 설계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중이다.

한국의 토큰증권과 조각투자: 제도화는 ‘상품’보다 ‘유통’에서 폭발한다

대한민국에서 토큰화 담론이 독특하게 전개된 지점은, 글로벌이 “국채·펀드·담보” 같은 정형자산의 인프라 개선을 먼저 파는 동안, 한국은 “비정형적 권리의 증권화(조각투자)” 수요가 빠르게 커졌다는 점이다. 이 둘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순서가 다를 뿐 같은 문제를 건드린다. “기존 제도가 못 담는 권리들을 어떻게 제도권 유통에 올릴 것인가”이다.

대한민국 금융위원회는 2023년 2월 6일 발표에서 STO(토큰증권 발행)를 자본시장법 틀 안에서 허용하기 위한 정비방안을 제시했고, 디지털자산의 증권성 판단 원칙을 제공하며, 토큰증권이 제대로 발행·유통되기 위한 제도개선(전자증권법 체계 내 수용,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신설, 투자계약증권·수익증권 장외거래중개업 신설 등)을 예고했다. 토큰증권을 “새로운 그릇”으로 비유한 것도 이 문서의 특징이다.

그리고 2026년 1월 15일, 금융위는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발표하며, 토큰증권 도입·유통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금융위 영문 자료는 토큰증권을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형태이며, 발행·유통 정보가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에 기록·관리되는 것”으로 정의한다. 즉, 한국도 토큰화를 ‘코인’이 아니라 증권의 등록·유통 인프라 문제로 정면 규정한 셈이다.

더 결정적인 문장이 같은 2026년 1월 15일자 한국어 보도자료에 있다. 개정 법률은 공포 후 1년 뒤(잠정 2027년 1월) 시행된다고 명시되며, 시행 즉시 생태계가 열리도록 유관기관 합동 협의체를 구성해 인프라·발행제도·유통제도 분과로 준비한다고 적는다. 토큰증권이 “기술 도입”이 아니라 “인프라 신설 + 투자자 보호장치 설계” 프로젝트라는 점을 스스로 강조한 셈이다.

한국에서 토큰화가 특히 폭발력을 갖는 지점은 투자계약증권 유통이다. 같은 보도자료는 투자계약증권을 “공동사업에 투자하고 사업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증권”으로 설명하며, 현재 미술품 사업·한우 축산사업 관련 투자계약증권이 발행되고 있다고 언급한다. 또 기존 자본시장법이 투자계약증권의 비정형성을 이유로 증권사를 통한 유통을 금지해 “발행인이 직접 모집”하는 방식만 가능했는데, 개정으로 증권사를 통한 중개가 가능해져 접근성과 정보 제공이 제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는다. 토큰화의 파괴력은 ‘발행’보다 ‘유통’에서 커지는 경우가 많고, 한국은 그 포인트를 제도적으로 건드린다.

조각투자 장외 유통플랫폼(일종의 장외거래소) 제도화도 같은 맥락이다. 2025년 9월 4일 금융위 자료는 부동산·음원저작권 등 다양한 기초자산을 유동화해 다수 투자자에게 나눠 파는 조각투자 증권의 장외거래소(유통플랫폼) 운영을 위한 인가단위를 신설하는 방향을 안내한다. “샌드박스의 제도화”가 곧 유통 인프라를 의미한다는 점을 공식 문서가 보여준다.

개별 사례로는 뮤직카우가 있다. 2022년 11월 29일 금융위 문서는 증권선물위원회가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했고, 사업재편·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을 조건으로 제재절차를 보류했던 흐름과 이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포함한 재편 과정을 설명한다. “새로운 권리를 증권 규율로 끌어들이는 방식”이 어떤 비용(구조 재편, 보호장치 설계)을 요구하는지 보여주는 대표 장면이다.

한우 조각투자 영역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보인다. 뱅카우처럼 축산을 기초로 한 투자계약증권 발행이 공시·신고 체계를 통해 운영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관련 신고서에서 기초자산(예: 특정 호수의 가축 구성) 등이 문서로 정리된다. 핵심은 “이제는 그냥 앱이 아니라, 증권 문서 언어로 번역되는 단계”로 들어왔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핵심 쟁점: 혁명은 ‘토큰’이 아니라 ‘표준·결제자산·유동성’에서 터진다

토큰화는 이름만 들으면 만능열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 가지 조건이 맞아야 “대변혁”이라는 단어가 과장이 아니게 된다. 첫째, 법적 권리와 기록의 정합성이 확보돼야 한다. 둘째, 토큰화된 증권을 결제할 토큰화된 돈(또는 충분히 연동된 결제레일)이 있어야 한다. 셋째, 거래가 실제로 돌 만큼의 유동성이 붙어야 한다.

여기서 가장 냉정한 현실은 유동성이다. “자산을 토큰으로 만들면 유동성이 생긴다”는 말은 반만 맞다. 쪼개기(fractionalization)는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지만, 시장에서 사고팔 사람, 가격을 만들 사람, 위험을 떠안을 유동성 공급자가 없으면 거래는 안 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토큰화 생태계 부재와 유동성 부족”을 핵심 장애로 꼽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당분간 토큰화의 ‘메인 이벤트’는 화려한 실물자산(미술·부동산·음악·가축)보다, 돈에 가까운 자산(국채·MMF·레포 담보)과 도매시장 운영 효율 쪽에서 먼저 터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자산은 가치평가가 단순하고, 규제·권리 구조가 비교적 안정적이며, “담보로 쓰고 싶은” 수요가 이미 크기 때문이다.

다만 토큰경제의 ‘맛’은 결국 프로그래머블 결제와 24/7 시장에서 난다. 싱가포르 통화청(MAS)가 토큰화된 은행부채·규제된 스테이블코인·도매형 CBDC 실험을 같이 밀고, 2026년에 토큰화 MAS 빌 시험을 예고한 것은 “증권만 토큰화해서는 끝이 안 난다”는 사실을 인정한 행보다.

마지막으로, 리스크는 ‘코드’가 아니라 ‘연결’에서 생긴다.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지적하듯 토큰화는 전통금융의 취약성(유동성, 레버리지, 상호연결성)을 다른 형태로 재현할 수 있고, 기술적·운영상 취약성이 새로 얹힐 수 있다. 그리고 국경을 넘는 발행·유통이 붙는 순간, 규제의 속도는 기술보다 훨씬 빨리 ‘조여지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2026년 2월 6일 중국의 역외 토큰화 ABS 감독 강화 등이 그 예다).

결국 토큰화가 가져올 금융시장 변화는 “갑자기 모든 게 블록체인으로 바뀐다”가 아니라, 가장 돈이 많이 새는 구간(사후처리·담보·결제)을 중심으로, 규제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점진적으로 레일을 갈아끼우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2026년은 우연히도 여러 지역에서 ‘인프라 파일럿과 제도 시행 준비’가 한꺼번에 겹치는 시점이 됐다(미국의 예탁결제 파일럿 예상 시점, 거래소 규정 변경 시도, 싱가포르의 토큰화 국채성 상품 시험 예고, 한국의 토큰증권 법 시행 준비 기간 등). 그래서 “대변혁”이라는 말이 완전히 허풍만은 아니지만, 동시에 ‘한 번에 뒤집히는 혁명’보다는 ‘배관공의 시대’에 더 가깝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References

국제결제은행(BIS), Tokenisation in the context of money and other assets (CPM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Tokenisation of assets and distributed ledger technologies in financial markets.
금융안정위원회(FSB), The Financial Stability Implications of Tokenisation (Oct 2024).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Tokenization of Financial Assets (Nov 2025).
Reuters, “Global securities watchdog says ’tokenization’ creates new risks” (Nov 11, 2025).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문서: DTC 토큰화 서비스 관련 No-Action Letter 요청(Dec 11, 2025).
DTCC, “Paving the Way to Tokenized DTC-Custodied Assets” (Dec 11, 2025).
Reuters, “Nasdaq makes push to launch trading of tokenized securities” (Sep 8, 2025).
프랭클린 템플턴, 프랭클린 온체인 미국 국채 머니마켓펀드(FOBXX) 공식 페이지 및 SEC 공시(프로스펙투스/EDGAR).
블랙록, BlackRock USD Institutional Digital Liquidity Fund(BUIDL) 출시 자료(2024년 3월 20일).
싱가포르 통화청(MAS), Project Guardian 소개 및 Reuters 보도(토큰화 MAS bills 시험, 스테이블코인 규제 추진).
유럽증권시장청(ESMA), DLT Pilot Regime 안내(2023년 3월 23일 적용).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 관련 Reuters 보도(역외 토큰화 ABS 감독 강화, 2026년 2월 6일).
대한민국 금융위원회, 토큰증권 제도 정비(2023년 2월 6일), 토큰증권 법안 국회 통과 및 시행 준비(2026년 1월 15일), 조각투자 유통플랫폼 인가 안내(2025년 9월 4일).
뮤직카우 관련 금융위 문서 및 샌드박스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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