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다카이치 총리의 새 국정 방향: 경제 선회와 안보 강화

다카이치 총리가 경제와 안보 두 축을 동시에 잡는 국정 설계를 제시했다.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경제정책의 흐름에서 이 전환이 갖는 의미, 그리고 한국에 미치는 파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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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기술 설명 일러스트

지난 2월 새 내각 출범 직후 사진 속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운데)와 각료들이 차분한 모습으로 취임 기념 촬영에 임했다. 그는 곧이어 열린 국정연설에서 일본 경제와 안보 양축을 모두 움켜쥔 야심찬 국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다카이치 총리는 먼저 코로나 이후 저성장에 정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천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압도적인 정부 지출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 소비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물가 급등세가 진정된 지금, 일본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연 3% 안팎까지 치솟던 물가가 올 1월에는 1.5%로 크게 꺾였다. 식료품과 에너지값 급등의 기저효과로 인플레가 한풀 꺾이자, 중앙은행(BOJ)도 지난해 12월 제로 금리를 벗어나 0.75%로 올렸지만 당장은 추가 인상 계획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런 환경을 틈타 다카이치 총리는 내수와 첨단산업 육성에 올인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연설문 초안에서 “과도한 긴축 지향과 미래 투자 부족의 흐름을 단절한다”고 선언하며, 그 이름도 생소한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천명했다. 말 그대로 짊어진 책임만큼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다카이치 내각은 반도체·우주항공·인공지능 등 첨단 분야에 관한 민관 투자 로드맵을 3월 중 제시할 계획이다. 투자 재원은 예산의 다년도 편성, 별도 국가펀드 조성 등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식료품 소비세를 2년간 0%로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 지출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지지만, 만기에 쌓인 부채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위기 대응비용’과 ‘성장 투자비용’을 분리 관리하는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요컨대 허리띠를 졸라매며 내수까지 움츠렸던 과거와 결별하고, 글로벌 추세인 대규모 산업정책 경쟁에 적극 가세하겠다는 의지다.

한편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여전히 답답하다. BOJ는 올 회계연도 0.9%, 내년 1.0%대 성장 전망을 유지한다. 잠재성장률이 0.5%에 불과한 현실에서 한때 3%대 인플레까지 경험했던 일본 경제는 아직 아직 ‘완연한 활황’과는 거리가 있다. 이런 때에 다카이치의 재정확장은 마치 지연된 콘서트에 백파이어를 단 듯한 조치다. 저금리가 유지되는 한 대규모 재정확장은 금리 부담을 크게 높이지 않으면서도 수요를 인위적으로 일시 부양할 수 있다. 물론 일본의 국채잔고는 GDP의 250%를 웃돌 만큼 막대하다. 야권과 회계전문가들은 “또다시 빚을 늘리면 언젠가 불어난 이자가 발등을 찍을 것”이라 경고한다. 그러나 총리는 “앞으로 세계 정부는 기업 뒷받침에 더 나서 경쟁할 것”이라며 선제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 장관은 “엔저 덕분에 당장 이자 부담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적극재정에 힘을 실었다. 아울러 물가를 2%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임금 인상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다카이치는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며 BOJ에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안보 강화와 헌법 개정: ‘전쟁 가능한 국가’의 길

경제 현안과 나란히 다뤄진 것은 안보·외교 정책이었다. 다카이치는 미·일동맹 강화, 대중국 전략 경계 등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유사시 한국·북한과도 접촉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핵심은 역시 ‘평화헌법’의 대대적 개편이다. 그는 연설에서 헌법 9조에 포함된 ‘전쟁 포기’ 조항을 개정해 자위대를 명시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어떤 국가를 만들어갈지 이상(理想)의 모습을 밝힌 것”이 헌법이니, 조속히 개헌을 서두르겠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적이 공격할 경우 미사일로 적의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소위 ‘반격 능력’도 보유할 뜻을 내비쳤다. 전통적 규범이었던 평화주의를 무시하고 ‘전쟁 가능한 국가’로 나아간다는 얘기다.

일본 언론은 이런 행보를 두고 “평화국가에서 전쟁가능국가로 나아가는 발판”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자민당과 연립 여당은 중의원 의석 316석(465석 중)으로 개헌 발의선을 넘어섰다. 실제로 산케이신문·후지뉴스 조사에서 전체 일본인의 67%가 “헌법 개정 준비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자민당 지지층에선 79%가 찬성이다. 헌법에 자위대 명기 논의는 수년 전부터 끓어올랐다. 연립정당인 일본유신회는 더 적극적으로 자위권과 국방군 명기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추진력을 얻으면, 태평양전쟁 종전 80년 만에 일본이 사실상 “전쟁 가능 국가”로 방향을 튼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카이치 본인조차 언론 인터뷰에서 “개헌을 서두르겠다”고 공언했다.

물론 법적 절차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려면 중·참의원 양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중의원은 확보했지만, 참의원은 여전히 과반에도 못 미친다. 현 집권 여당은 헌법심사회장에 측근 의원을 기용하는 등 물밑 작업을 서두르고 있으나, 개정 성과는 차기 참의원 선거(2028년)에 달렸다. 그나마 개정 논의가 일어났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다. 수십 년간 금기시된 ‘자위대 헌법 명기’가 본격 논의 상임위에 오른 것 자체가 일본 정치의 기념비적 전진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처음 여성 총리로서가 아니라, 헌법 개정을 실현한 총리가 되겠다”는 야심까지 내비친다. 그의 승승장구가 지속된다면, 일본 헌법에 자위대 규정이 명문화되는 날도 언젠가 올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전환이 현실화되면,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군사적 위상은 그야말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참고 자료: 일본 정부 통계 및 언론 보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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