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연기금 코스닥 투자 확대와 시장 반응

연기금이 코스닥에 들어오면 시장이 안정된다는 기대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정책 기대가 실제 자금으로 전환되는 조건, 그리고 연기금 매수가 지속되는 한계와 반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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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획예산처가 2026년 기금 운용평가 지침을 대대적으로 손보면서 코스닥 투자는 사실상 “필수 코스”가 됐다. 정부는 국내 주식 평가 기준수익률에 그간 제외되던 코스닥 지수를 일정 비율 포함시켜 (5% 반영) 연기금·공적자금이 코스닥에 자발적으로 눈길을 돌리게 유도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1,400조 원 규모 연기금에 “코스닥 관심 갖기” 메뉴를 강제하는 셈이다. 이 조치는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삼천닥(코스닥 3000)’ 구상과 맞물려 코스닥시장에 대한 정부의 부양 의지를 상징한다. 벤처투자 비중 평가점수를 현행의 2배로 올리고 환율 위험 관리 항목을 신설하는 등, 혁신기업 지원과 리스크 관리를 병행하는 구조도 함께 추진 중이다.

정책 발표 직후 시장 분위기는 단연 코스닥 쪽으로 쏠렸다. 설 연휴 직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닥 관련 ETF를 대량 매수하며 코스닥 지수가 급등했다. 예를 들어 2월 19일에는 ‘KODEX 코스닥150’ ETF를 외국인이 하루에만 185억원어치 순매수했고, 같은 날 코스닥 지수는 4.94%나 급등했다. 상승폭이 워낙 가팔라 코스닥150지수는 하루에 7.32%나 치솟았고, 프로그램 매수 일시 중단(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하는 등 부실기업 퇴출 작업도 본격화 중이다. 거래소는 부실기업의 적시 퇴출을 위해 ‘상장폐지 집중 관리단’을 신설하며 신뢰 회복에 나섰다. 정부의 제도 개선과 정책 기대감, 그리고 이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이 맞물리면서 코스닥 자금 유입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AI·전장용 부품주 기회와 MLCC 호황

한편 전기전자 부품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라는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AI 서버용·전장용 고성능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기 등 MLCC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MLCC 공급사인 일본 무라타제작소는 최근 AI 서버용 MLCC 수요가 공급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며 이번 분기 가격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MLCC 시장은 삼성전기와 무라타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데, 고성능 MLCC 품목 비중이 커지면서 가격이 오르면 이들의 매출총이익이 크게 뛰는 구조다. 삼성전기의 MLCC 생산 라인은 이미 90~95% 가동률에 가까워 추가 물량 확대가 쉽지 않은 만큼, 앞으로 이익률을 끌어올릴 변수는 ‘단가 인상 여부’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MLCC 사업은 재료비(변동비) 비중이 낮고 고정비 비중이 높은 구조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삼성전기 컴포넌트 사업부의 매출 대비 재료비 비중은 20% 중후반 정도에 불과해, 고정비 부담이 상당히 크다. 가동률이나 제품 단가가 오르면 이익률이 크게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로 작용해 수익이 눈에 띄게 증가하게 된다. 과거 10년 동안 삼성전기 MLCC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MLCC 가동률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일 만큼 변동성이 컸다. 따라서 AI·전장용 고사양 MLCC의 가격 상승은 재료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이미 풀가동 중인 삼성전기 등에겐 ‘수익 폭탄’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자금 흐름과 시장 전망

해외 주요 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근 공개된 13F 보고서(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분기별 보유내역)들을 보면, 월가의 큰손들은 거대 기술주 중심에서 벗어나 금융, 신흥국, 반도체 등으로 관심을 넓히고 있다. 예를 들어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듀케인 패밀리오피스는 금융업종 ETF 비중을 크게 늘리고, 브라질 시장에도 적극 배팅하는 모습이다. 이는 시장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경기가 완만히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다. 또 데이비드 테퍼의 아팔루사는 미국의 마이크론 뿐 아니라 한국 반도체 ETF(EWY)도 확대 매수했다. 미국에서 AI 메모리 붐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았던 한국 증시(특히 반도체)에 기회를 본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기술주 편중을 해소하고 신흥국·금융·산업재로 자금을 분산하는 점은, 한국을 포함한 여러 시장에 대한 우호적 전망을 의미한다.

요컨대, 정부의 코스닥 포함 가이드라인 개정, AI 및 MLCC 수요 증가, 글로벌 투자심리 전환이 겹치면서 시장은 한층 활기를 띠고 있다. 기금 운용 지침 변경이 촉발한 코스닥 랠리와, 반도체·부품주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맞물려 증시에는 지금 전기(春季)가 부쩍 찾아온 분위기다.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안정성까지 감안한 포트폴리오를 짜면서도, 이런 정책 모멘텀과 산업 트렌드를 놓치지 않아야 할 시점이다.

참고자료: 기획예산처·금융위 보도자료, 금융・증권 언론기사, 글로벌 ETF·투자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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