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국민연금의 코스닥 투자, ‘임박’보다 중요한 것들

연금이 모험자본 시장에 들어가는 것이 왜 단순한 자금 유입 이상의 문제인지. 투자 방식, 시장 영향, 거버넌스 설계—'얼마나 빨리'보다 '어떻게'가 먼저인 이유.

KO

큰손이란 말의 무게부터 정리한다

국민연금공단을 두고 “최대 큰손”이라는 표현이 붙는 이유는 단순하다. 몸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2025년 11월 기준으로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이 1,437.9조원 규모로 공시돼 있다. “조 단위”가 아니라 “천조 단위”다. 숫자가 너무 커서 감이 안 오면, 1%포인트가 대략 14조원대다. 웬만한 상장사 한두 곳 시가총액을 통째로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크기다.

이쯤 되면 궁금증이 생긴다. 이렇게 큰 돈이 왜 코스닥으로 “본격” 들어간다는 말만으로도 뉴스가 되나. 답은 시장의 구조에 있다. 코스닥은 여러모로 “성장 기업의 상장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돌아간다. 한국거래소가 낸 상장심사 실무 자료에서도 코스닥을 ‘모험자본 시장’으로 표현하면서, 로봇·항공우주·AI·반도체·바이오 같은 업종의 중소·벤처 상장 흐름을 설명한다.

이 정체성은 장점이기도 하고, 국민연금 같은 초대형 장기자금에게는 고비이기도 하다. 성장 산업이 많다는 것은 “잘 맞히면 대박”의 가능성을 뜻하지만, 동시에 실적 변동성·정보 비대칭·상장 유지 요건 미달 같은 사건도 상대적으로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국민연금이 코스닥을 늘린다”는 문장은, 단순히 매수 버튼 하나 더 누른다는 뜻이 아니라, 거대한 운용 시스템이 감당할 리스크의 종류를 바꾸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 논쟁이 최근 다시 점화된 직접 계기는 김성주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2026년 1월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이 코스닥에 상대적으로 적게 투자하는 이유를 “높은 변동성”과 “위기관리”의 문제로 설명하면서도, 수익률이 더 높게 나오는 구간이 있어 내부에서 고민과 토론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책이 가다듬어지면 따로 발표하지 않고 시장에서 변화로 나타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다.

여기까지가 표면이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임박”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있는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국민연금의 운용 구조 자체가 코스닥 비중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설계라는 점.
둘째, 코스닥 시장이 과거와 비교해 ‘기관이 들어올 만한 조건’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는 점.
셋째, 국민연금이 시장의 큰손인 동시에 ‘정치적 상징’이기 때문에, 투자 결정이 수익률 논리로만 읽히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왜 코스닥을 적게 담기 쉬운 구조인가

국민연금 운용을 “펀드 매니저의 취향” 정도로 생각하면 계속 헛발질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규정과 위원회와 허용범위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공개한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을 보면, 자산군은 국내주식·해외주식·국내채권·해외채권·대체투자 등으로 나뉘고, 전략적 자산배분(SAA)과 전술적 자산배분(TAA)을 구분해 운용한다. 그리고 자산군별로 허용범위가 정해져 있으며, 범위를 벗어나면 리밸런싱하거나 위원회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통제한다.

여기서 코스닥 이야기에 가장 중요한 대목은 두 군데다.

첫 번째는 “국내주식의 벤치마크”다. 기금운용지침의 별표에 따르면 국내주식 벤치마크지수는 KOSPI(코스피)로 명시돼 있다.
이 한 줄이 갖는 현실적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벤치마크가 코스피라는 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성적표를 매길 때 기본 비교 대상이 코스피라는 뜻이다. 코스닥을 많이 담으면, 코스피와 다른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추적오차, 액티브 리스크가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 그 차이를 “의도한 성과(알파)”로 설명해내야 한다. 즉 코스닥 비중 확대는 구조상 ‘액티브 베팅’ 성격이 짙어진다.

두 번째는 “국내주식 운용 방식”이다. 같은 지침에서 국내주식 세부투자지침은 장기투자를 지향하며, 내부운용은 투자가능종목군을 구성해 그 안에서 포트폴리오를 짜고 “중장기적으로 패시브 운용을 지향”한다고 적는다. 반면 위탁운용은 민간 운용사의 기법을 활용해 스타일을 다양화하며 “액티브 운용을 지향”한다고 적는다.
이 문장을 사람 말로 바꾸면 이렇다. “국민연금이 직접 굴리는 국내주식은 기본적으로 시장을 ‘크게’ 이기려 하기보다, 시장을 따라가며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쪽에 가깝다. 대신 외부 운용사에 맡기는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초과수익을 노린다.”

코스닥은 어느 쪽일까. 코스닥 전체를 코스피 벤치마크 아래에서 ‘패시브’로 크게 담기에는, 설명해야 할 변수가 많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코스닥 투자는 “위탁운용(액티브)” 쪽으로 배치되기 쉽다. 그런데 위탁운용은 다시 운용사 선정, 성과평가, 위험관리, 이해상충 관리 같은 절차가 붙는다. 이 절차가 촘촘할수록(그리고 정치적으로 더 민감할수록) 속도는 느려진다. 국민연금이 ‘큰손’인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민첩한 트레이더’가 아니라 ‘느린 항공모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전 제약이 하나 더 있다. “시장 규모와 유동성”이다. 국민연금이 1조원을 어떤 시장에 넣는다고 해보자. 코스피 대형주는 물량이 넉넉하고 거래가 깊어도, 코스닥 중소형주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큰손이 들어오면 가격이 먼저 튄다. 그러면 국민연금 입장에선 “우리가 사려다 우리가 비싸게 만든다”는 딜레마가 생긴다. 그래서 실제로는 코스닥에서도 상대적으로 덩치가 크고 유동성이 좋은 종목군(예: 대형 우량주 성격의 코스닥 기업들, 또는 지수·ETF로 대표되는 바스켓)에 집중할 유인이 커진다. 이게 흔히 말하는 “코스닥 우량주 중심” 접근으로 이어진다. (이 부분은 구조적 추론이지만, ‘코스피 벤치마크+내부 패시브 지향’이라는 제약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

마지막으로, 지금 “코스닥 비중이 얼마나 낮냐”를 보여주는 경험적 단서도 있다. 앞서 김성주 이사장 발언을 전한 기사에서는, 금융정보업체 집계를 인용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금액 중 코스닥 비중이 1~3% 수준이라고 적는다(다만 이 수치는 ‘지분 5% 이상 보유 종목’ 합산 기준이라는 한계가 함께 언급돼 있다).
정밀한 공식 통계라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국민연금이 코스닥을 상대적으로 얇게 들고 있다”는 큰 그림을 이해하는 데는 충분히 도움이 된다.

코스닥은 ‘기관 친화적 시장’으로 얼마나 바뀌고 있나

국민연금이 코스닥을 늘릴 수 있는지의 또 다른 축은, 코스닥이 기관 입장에서 “들어가도 되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멋진 구호가 아니라, 제도·규칙·퇴출 시스템 같은 인프라다. 기관은 낭만보다 규칙을 믿는다.

최근 흐름을 보면,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을 “신뢰 회복” 프레임으로 다루는 흔적이 꽤 선명하다. 2025년 12월 금융위원회의 영문 보도자료는 코스닥 시장에 대해, (1) 과거보다 상장사 수와 시가총액이 크게 늘었지만, (2) 닷컴 버블 이후 잃은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3) 부실 기업의 상장폐지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며, (4) 기관투자자가 코스닥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직설적으로 적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장/상폐 시스템을 “엄격하고 신속한 퇴출(strict-and-prompt-exit)” 원칙으로 바꾸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며, 기관 참여 기반을 넓히는 방향의 과제를 제시한다.

여기서 특히 국민연금과 직결되는 대목이 하나 나온다. 보도자료는 코스닥에서 기관 비중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면서(거래대금 기준 기관 비중이 4.5% 수준이라는 설명 포함), 주요 기관투자자 예시로 국민연금 등을 언급하며 코스닥 투자 유인을 높이는 방향을 적시한다. 더 중요한 문장이 있다. “기관의 운용성과 평가가 현재는 코스피 지수만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를 일정 부분 코스닥 지수를 반영하도록 바꾸겠다”는 취지의 문장이 들어가 있다.
이건 그냥 말장난이 아니다. 앞서 봤듯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벤치마크가 코스피라는 구조와 정확히 맞물린다. 벤치마크 체계가 바뀌거나, 평가 방식에 코스닥이 조금이라도 들어오면, 코스닥 투자는 “규정 위반에 가까운 일탈”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허용된 전략”으로 격상된다. 기관이 움직이려면 이런 ‘명분의 정식화’가 필요하다.

제도개편의 또 다른 축은 “상장폐지의 속도와 기준”이다. 2025년 1월 금융위원회는 IPO와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코스피·코스닥 각각에 대해 시가총액 요건과 매출액 요건을 높이고, 개선기간을 줄이며, K-OTC를 통한 거래 지원 등 절차를 손질한다고 밝힌다. 코스닥만 떼어 보면, 시가총액 요건을 4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높이고, 매출액 요건을 3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며, 최대 개선기간도 단축하는 식으로 방향이 잡혀 있다.
이것 역시 “기관이 싫어하는 요소(좀비 상장사의 장기 체류, 낮은 퇴출 규율)”를 제도적으로 줄이겠다는 신호다.

게다가 2025년 말 코스닥 시장 자체가 양적으로도 확 커졌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코스닥 시가총액이 2025년 12월 장중 500조원을 처음 넘겼다는 보도가 나왔고, 코스피 대비 규모 차이가 여전히 크다는 점도 함께 언급된다.
연말 결산 기사들에서는 2025년 말 코스닥 시가총액이 약 505.9조원 수준으로 제시되며, 전년 대비 큰 폭 증가했다는 서술이 반복된다.
시가총액이 커진다는 건, 국민연금처럼 “큰 돈을 티 안 나게 천천히 넣어야 하는” 플레이어에게는 곧 유동성·수용력(capacity)이 늘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리하면, 코스닥은 “기관이 들어오면 좋겠다”가 아니라 “기관이 들어올 수밖에 없게 만들겠다”는 쪽으로 제도 설계를 바꾸는 중이다. 그리고 그 설계의 한복판에 ‘평가 기준(벤치마크)’이 있다. 이게 국민연금 코스닥 투자 논쟁이 단순한 투자 취향 문제가 아닌 이유다.

‘본격 코스닥 투자’가 현실에서 가질 세 가지 얼굴

“국민연금이 코스닥에 본격 투자한다”는 말을 뉴스 헤드라인으로만 보면, 내일 아침 국민연금이 코스닥을 쓸어 담을 것 같은 착시가 생긴다. 현실에서는 훨씬 더 제도적이고, 훨씬 더 단계적이다. 특히 국민연금 같은 규모에서는 ‘한 방’이 아니라 ‘모양(구조)’이 바뀐다.

첫 번째 얼굴은 “조용한 비중 조정”이다. 김성주 이사장이 말한 “따로 발표하지 않고 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표현은, 실제 운용 관행과도 잘 맞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지침은 자산군별 허용범위 내에서 운용하고, 범위를 벗어나면 근거를 명확히 해 승인을 받도록 한다.
즉 코스닥을 늘린다 해도 “내일 발표합니다”보다, 운용지침·위탁운용 맨데이트·리밸런싱 경로를 통해 서서히 비중이 변하는 방식이 자연스럽다. 개인 투자자의 눈에는 어느 날 ‘국민연금이 샀다’ 공시가 늘어나는 식으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얼굴은 “지수·바스켓형 접근”이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벤치마크가 코스피로 잡혀 있고(코스닥이 기본 비교대상이 아니다), 내부운용은 중장기 패시브를 지향한다는 문구까지 감안하면, 코스닥을 크게 늘릴 때 가장 부담이 적은 방식은 “개별 종목 베팅”이 아니라 “시장 대표 바스켓”이다.
이건 코스닥 ‘우량주’라는 말과도 연결된다. 유동성이 깊고 규모가 큰 종목군을 바스켓으로 담으면, (1) 매수·매도 충격이 덜하고, (2) 설명 가능한 투자 논리가 생기며, (3) 특정 종목 특유의 회계·공시 리스크에 덜 노출된다. 코스닥을 “연구해서 맞히는 시장”이 아니라 “플랫폼으로서의 성장 프리미엄을 함께 가져가는 시장”으로 대하는 전략이다.

세 번째 얼굴은 “제도 변화에 맞춘 평가·인센티브의 재설계”다. 앞서 금융위원회 영문 보도자료가 말한 것처럼, 코스피 중심 평가에서 코스닥을 일부 반영하는 구조가 도입된다면,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코스닥 노출을 ‘설명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든다.
이때는 시장에서 관찰되는 변화가 단순한 “비중 확대”가 아니라, “위탁운용 스타일 변화”로도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코스닥 특화 액티브 맨데이트가 늘거나, 상장·상폐 규율 강화 이후 ‘퀄리티 스크리닝’ 기반 전략이 늘어나는 식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해 상장폐지 요건 강화와 절차 효율화를 추진해 왔음을 여러 보도자료에서 반복해 설명한다.

이 세 가지는 동시에 움직일 수도 있고, 순서가 생길 수도 있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 ‘본격 투자’는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 변화라는 점이다. 국민연금이 움직이는 순간 시장이 흔들리는 이유도, 그 변화가 단순 매수세가 아니라 “제도-평가-운용”이 맞물린 방향 전환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독립성: 국민연금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손실이 아니라 ‘의심’이다

국민연금 코스닥 투자를 둘러싼 논쟁에서, 수익률만큼이나 강하게 작동하는 단어가 있다. “독립성”이다. 이 단어는 윤리적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법·제도·사건의 기억으로 굳어진 리스크 관리 항목에 가깝다.

먼저 구조부터 보자.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지배구조 설명 페이지는 국민연금기금이 국민연금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관리·운용하며, 주요 의사결정은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이뤄진다고 적는다. 또 매년 기금운용계획을 수립해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받고 국회에 제출하는 흐름을 소개한다.
이 구조는 “공적 자금의 민주적 통제”라는 명분을 갖지만, 동시에 “정책 목표가 투자 판단에 섞일 수 있다”는 의심을 부르는 구조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민연금은 한 번 “의심이 현실이 됐던 사건”을 겪은 뒤, 독립성 문제에 특히 예민해졌다.

그 사건의 상징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국면이다. 대법원은 2022년, 당시 문형표 전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 관련 유죄를 확정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다.
이 사건이 남긴 메시지는 단순히 “그때 잘못했다”가 아니다. “국민연금이 시장의 가장 큰 손이라서, 누군가가 마음만 먹으면 정치·재벌·정책의 목적을 섞어 쓸 수 있다”는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험이다.

이후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체계가 강화되는 흐름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수탁자 책임 활동 연혁에서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을 명시하고, 의결권 행사 지침을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으로 개정했다고 적는다.
2018년에는 의결권 행사에서 민간 전문가 위원회의 역할을 키우는 방향의 제도 개정 논의가 있었다는 보도도 확인된다.
또한 2025년 말 금융위원회 보도자료는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기관이 늘어났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내실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다.

이 흐름을 코스닥 투자로 가져오면 결론이 꽤 냉정해진다. 코스닥 투자를 늘리는 것이 “수익률을 위한 합리적 판단”으로만 읽히지 않을 가능성이 항상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코스닥 신뢰 회복 정책을 공개적으로 추진하면서, 주요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유도/장려’한다는 문장을 공식 자료에 적시하는 순간, 국민연금의 코스닥 투자는 정책 수단처럼 보일 위험이 생긴다.
그러니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코스닥 투자를 하지 않으면 수익 기회를 놓친다”는 위험과 “코스닥 투자를 하면 정책성 동원으로 의심받는다”는 위험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김성주 이사장이 코스닥 투자 확대 여부를 즉답하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더 많은 수익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라는 조건을 붙인 것도 이 딜레마를 반영한 표현으로 읽힌다.

결국 독립성 논쟁은 도덕이 아니라 신뢰의 비용이다. 국민연금이 코스닥에서 돈을 벌어도, “왜 샀는지”를 납득시키지 못하면 제도 자체가 흔들린다. 그래서 국민연금은 ‘손실’뿐 아니라 ‘의심’도 두려워한다. 이게 다른 기관투자자와 국민연금의 결정적 차이다.

결론: “국민연금의 코스닥 투자”를 읽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

“국민연금 코스닥 투자 임박”이라는 문장을 진짜로 이해하려면, 다음 질문으로 바꿔야 한다. “국민연금이 코스닥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가?”가 아니라, “국민연금이 코스닥에 들어가도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가?”다.

지금까지 확인한 사실들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국민연금은 규모 때문에 민첩하게 움직일 수 없고, 국내주식 벤치마크가 코스피로 잡혀 있으며, 내부운용은 패시브 지향이라 코스닥을 크게 늘리려면 ‘액티브 베팅’의 설명 책임을 떠안게 된다.
동시에 금융당국은 코스닥 시장의 신뢰 회복을 목표로 상장·상폐 규율을 강화하고, 기관 참여를 넓히며, 평가 체계에 코스닥을 반영하는 방향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코스닥 시장은 시가총액 500조원대 규모로 커지며, 기관 자금이 들어올 수 있는 ‘수용력’도 과거보다 커졌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코스닥 투자에 대한 고민이 실제로 진행 중이라는 발언이 공식적으로 확인된다.

이 네 가지가 동시에 맞물릴 때, ‘본격 투자’는 현실이 된다. 다만 그 모습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국민연금이 코스닥을 불태운다”가 아니라, 훨씬 조용하고 시스템적인 변화일 가능성이 높다. 평가 체계가 바뀌고, 위탁운용의 맨데이트가 바뀌고, 코스닥에서 기관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유동성 크고 규율이 강화된 종목군)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간다. 그러면 시장 참여자들은 뒤늦게 “아, 시작됐네”라고 말하게 된다. 김성주 이사장이 말한 “발표가 아니라 시장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문장이 딱 그런 그림이다.

‘임박’이라는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체크포인트도 결국 여기로 모인다.
(1) 코스닥 상장폐지 규율이 실제로 강화돼 부실 상장사의 퇴출이 빨라지는가, (2) 기관 평가·벤치마크 체계가 코스닥을 일부라도 반영하는 방향으로 구체화되는가, (3) 국민연금의 코스닥 노출이 개별 종목 베팅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설명 가능한 바스켓/우량주 중심으로 늘어나는가.

요컨대 국민연금의 코스닥 투자 이슈는 “큰손의 매수”가 아니라 “시장 인프라의 성인식”에 가깝다. 큰손이 마음먹고 들어오는 시장이 아니라, 큰손이 들어와도 괜찮은 시장으로 바뀌는 중인지가 핵심이다. 그리고 그 변화가 진짜라면, 국민연금은 소리 없이 들어온다. 원래 제일 큰 발소리는, 막상 들리기 시작하면 이미 늦었다.

References

국민연금·코스닥 현황과 발언

  •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 기금현황(2025년 11월 기준)·연도별 적립금 추이’.
  •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보도자료 ‘국민연금 2024년 기금 운용수익률 15.00%’.
  • 한겨레 ‘국민연금 이사장 “코스닥 투자, 고민…확대한다면 시장에서 나타날 것”’.

국민연금 운용 규정·거버넌스·수탁자 책임

  •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벤치마크·자산배분 허용범위·국내주식 운용방향).
  •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지배구조(의사결정기구/관리체계)’ 설명 페이지.
  •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수탁자 책임 활동 연혁(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코스닥 시장 제도 개선·시장 규모

  •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2025.01.21).
  • 금융위원회 영문 보도자료 ‘Measures to Boost Confidence and Innovation in KOSDAQ Market’(2025.12.19).
  • 연합뉴스TV ‘코스닥, 정책 기대감에 시총 사상 첫 500조원 돌파’.
  • 연합뉴스 ‘코스피-코스닥 지수 격차 사상 최대…시가총액 차이도 벌어져’(시장 규모 비교).
  • 한국거래소 ‘2025 코스닥 상장심사 이해와 실무’(코스닥의 역할·상장 심사 체계 설명).

독립성 논쟁의 역사적 맥락

  • KBS World ‘Top Court Upholds Prison Term for Ex-Minister in Samsung Merger Trial’(대법원 확정 판결 보도).
  • 조선일보 ‘“삼성합병 찬성” 외압 넣은 문형표·홍완선 유죄 확정’.
  • 경향신문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는 민간위원회가 최종 결정…(2018년 의결권 행사 체계 변화 관련)’.
  •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 추진’(2025.12.29).
Nomadamon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