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초 미국 경제 뉴스를 뜨겁게 달군 것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새 지도자와 디지털 화폐의 운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Fed 이사를 차기 의장 후보로 지목하자 시장은 가늠하기 어려운 새 통화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워시는 과거 물가 매파로 양적완화에 비판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정책 유연성도 강조한다. 그는 지금까지 급격한 금리 인하보다는 우선 Fed의 팽창한 대차대조표를 줄이자고 주장해 왔다. 즉,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로 시장 내 왜곡을 걷어내면, 그 다음에야 금리 인하 여력이 생긴다”는 로직이다. 이런 입장은 워시가 말 그대로 ‘점진적 긴축병행’ 시나리오를 선호함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Fed가 한꺼번에 금리를 뚝뚝 내릴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다. 시장에서는 “워시 체제 Fed는 Powell 시절처럼 성급한 금리 인하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
전통 통화정책의 새 갈림길
워시는 2006~2011년 Fed 이사로서 금융위기 대응 시기에 활약했고, 그때만 해도 인플레이션에 매우 엄격했다. 당시 대규모 양적완화 시행엔 공개 반대했으며, Fed 자산 규모를 불필요하게 키우면 시장에 왜곡이 생긴다고 본다. 새로운 Fed 의장 후보로 지명된 그는 “가격 발견(price discovery)을 회복하려면 무너진 균형을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며, Fed의 현재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나서야 이론적으로 금리를 낮추자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워시의 접근은 완화도, 긴축도 극단적으로 가지 않는 절충책”이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워시는 과거 비둘기파(인하 선호)였던 파월 의장과 달리, **“금리 인하를 원한다면 먼저 불어난 대차대조표를 줄여야 한다”**는 제안을 밝혔다. 요컨대 지금 당장의 과감한 인하 대신, 기초체력을 다진 후 한 발짝씩 낮추겠다는 셈이다. 이런 통화정책의 변화는 현재 Fed가 직면한 불확실성을 보여준다.
스테이블코인: 숨은 유동성 공급자
Fed의 통상적 도구(금리 조정·통화정책)에 의존하기 어려워지자, 새로운 시선은 스테이블코인에 쏠린다. 2025년 말 제정된 ‘GENIUS 법’에 따라,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은행 계열사거나 OCC 허가를 받은 법인만 가능해졌다. 게다가 이 법은 각 토큰을 1:1로 뒷받침할 준비금을 미 달러화나 단기 국채로 유지할 것을 의무화했다. JP모간도 “GENIUS 법 통과가 스테이블코인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해 채택을 가속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즉, 입법 신호가 곧 새로운 형태의 돈풀기로 인식된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돈의 흐름이 바뀐다. Standard Chartered 보고에 따르면,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300억 달러대에서 2028년에는 약 2조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 예금 약 5,000억 달러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자금은 그대로 미국 단기국채(T-Bill) 매수로 이어진다. Stablecoin 발행자들은 준비금 충당을 위해 주로 단기 국채를 사들이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분석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확대는 향후 수년간 0.8~1.0조 달러에 달하는 신규 T-Bill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현상은 일종의 그림자 양적완화와 같다.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된 돈이 은행에서 빠져나가면, 그만큼 은행 대출 여력이 줄어든다. 반면 그 자금은 국채 매입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시장 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낸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순유입이 일시적으로 단기 국채 수익률을 낮춰온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법 개정으로 새로 ‘찍어낸’ 수백억 달러가 시장에 풀리면서 유동성이 확장되고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위험자산엔 이 흐름이 호재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20년대 이후 비트코인은 다른 위험 자산처럼 Fed 긴축기에는 하락하고, 완화기에는 반등하는 경향을 보인다. 과거엔 Fed가 금리를 올려도 자본 유출로 비트코인이 오르기도 했지만, 최근의 비트코인은 대체로 유동성 조건에 민감하다. 그렇다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유동성이 늘어나는 시점은 비트코인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020~2021년 Fed가 4.5조 달러에 이르는 유동성을 공급하며 자산을 매입했을 때, 비트코인 가격은 수백 퍼센트 치솟은 바 있다(관련 연구). 새로 열릴 디지털 달러 시대에, 비트코인은 다시 한 번 상승 가도를 달릴 명분을 얻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 상황을 종합하면 이렇다. 연준은 당분간 금리인하에 속도를 내지 못하더라도,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라는 새로운 틀이 시장에 간접적인 유동성을 부여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국채의 주요 수요층이 바뀌고, 금리가 낮아지는 환경이 조성된다. 결과적으로 달러와 주식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디지털 머니’가 희석시키는 시원한 유동성이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을 부양할 전망이다.
Reference: SVB Asset Mgmt, “The Fed Chairman Nomination: Impact on Monetary Policy & Independence”; JP Morgan Global Research, “What To Know About Stablecoins”; Latham & Watkins, “The GENIUS Act of 2025: Stablecoin Legislation”; P. Rajkumari, “Standard Chartered predicts Treasury bill demand surge to $1 trillion” (TheStreet, Feb 23, 2026); R. Ahmed & I. Aldasoro, “Stablecoins and safe asset prices” (Cleveland Fed, Aug 2025); S. Karau, “Monetary policy and Bitcoin” (J. Intl. Money & Finance, Oct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