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AI 인프라가 부른 메모리 슈퍼사이클, SK하이닉스의 전략

AI 수요가 메모리 시장을 바꾼 것은 물량이 아니라 제품의 성격이다. HBM이 일반 DRAM과 다른 수익 구조를 만드는 방식, 그리고 SK하이닉스가 이 사이클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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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컴퓨팅이 움직이는 메모리 수요

AI 학습과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거대한 파도가 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전망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25% 이상 성장해 약 1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메모리 부문은 이보다 더 큰 30%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2025년 하반기부터 D램과 낸드 가격이 급등해 업계에서는 이를 ‘슈퍼사이클’ 진입으로 평가한다. 예를 들어 2025년 6월 8Gb DDR4 D램 고정거래가는 약 2.6달러였지만, 12월에는 9.3달러로 3배 넘게 뛰었다. 마찬가지로 PC용 DDR5 가격도 연초보다 5배 가까이 올랐고, 낸드플래시 가격도 약 80% 이상 상승했다. 가격 급등은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서고 있다는 신호다.

AI 서버 투자가 확산되면서 한 대당 탑재되는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용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엔비디아, 구글, AWS 같은 빅테크들은 자체 개발 AI 가속기 칩에 HBM3E를 표준 메모리로 채택 중이며, 2026년에는 HBM 전체 출하량의 약 2/3가 HBM3E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eSSD 같은 고속 스토리지 수요도 급증해 AI 인프라 전체에서 메모리와 스토리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이는 마치 평화롭던 호수에 돌멩이를 던져 큰 파문이 일어나듯, AI라는 작은 불씨 하나에 메모리 시장 전체가 요동치는 모양새다.

반면 PC와 모바일용 메모리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약하다. 부품 원가 상승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올해 PC·모바일용 메모리 출하량은 전년보다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공급 제한 상황에서 AI 서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메모리 기업들은 늘어난 D램 생산물량을 HBM에 집중했다. 그 결과 서버용 범용 D램마저 부족 현상이 빚어졌다. 이는 마치 승용차 연료 수요가 갑자기 화물열차 연료 수요로 전환된 듯한 상황과 같다. 범용 D램 가격도 덩달아 상승해, 일부 업체는 DDR4·DDR5 공급이 지난해 대비 각각 7배, 5배 급등하고 수익률도 40%를 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의 고부가 메모리 전략

이러한 시장 재편기에 SK하이닉스는 HBM과 서버용 D램, 고밀도 낸드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방점을 찍고 실적을 극대화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메모리 가격 상승분을 실적 호조로 연결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HBM 매출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면서 전체 D램 부문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견인했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은 “HBM3E와 HBM4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계 유일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2025년 2분기 기준 HBM 출하량 점유율 약 62%로 1위를 기록했고, 3분기에도 매출 기준 57%를 유지하며 과점적 지위를 이어갔다.

SK하이닉스는 이런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업계 최초로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했으며, 고사양 DDR5 양산에도 돌입해 서버용 모듈 경쟁력을 강화했다. 청주 M15X 팹의 조기 가동과 용인 신규 팹 건설로 생산 능력도 확충 중이다. 여기에 SK그룹은 미국에 메모리 기반 AI 솔루션 법인을 설립하는 등 반도체와 AI 역량을 결합할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결국 SK하이닉스는 고부가 메모리 중심 포트폴리오를 통해 안정적 성장궤도를 그리고 있다. 이미 HBM 시장의 과반을 장악했으며, 차세대 HBM4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사 삼성전자도 1c 나노 공정을 HBM4에 적용하며 추격하고 있고, 마이크론도 기업용 D램에 집중하고 있지만, 메모리 부족 상황에서는 고객사들이 복수의 공급처를 확보해 안정성을 중시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 안정성을 위해 다수의 공급처를 원하고 있는 만큼, 기술과 공급 능력을 모두 갖춘 기업이 장기적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메모리 시장의 변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 기술 우위와 대형 고객사 네트워크를 무기로 AI 중심의 ‘슈퍼사이클’을 타고 나아가고 있다. AI 서버 수요와 기술 변화의 속도를 고려할 때, 당분간 이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References: SK하이닉스 뉴스룸, “2026년 시장 전망…‘HBM이 이끄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주목’” (2026-01-05); 테크월드뉴스, “HBM이 연 D램 슈퍼사이클, 2028년까지 공급난 지속 전망” (2025-12-18); 뉴시스, “삼성-SK하이닉스, HBM4 총력전…설 연휴에도 공장 24시간 풀가동” (2026-02-21); 매일경제, “AI 수요폭발 HBM 연매출 두 배로…D램·낸드까지 ‘메가 사이클’” (2026-01-28); 디지털투데이, “지속 가능한 실적 성장 SK하이닉스, HBM 특화로 역대급 실적 경신” (2026-02-19); 머니투데이, “‘HBM보다 뜨거운 범용 D램’ 슈퍼사이클의 역설…삼성이 웃는 이유” (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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