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말 서울 여의도,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초 4,300선 언저리에 불과했던 코스피는 설 연휴를 기점으로 이례적인 폭등세를 보였다. 1월 22일 5,000선을 처음 넘은 데 이어, 불과 한 달 뒤인 2월 25일에는 6,000선 고지를 밟았다. 2개월 만에 약 35% 상승한 셈인데, 이 페이스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연간 250% 급등이라는 억소리 나는 전망까지 돌아다닌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 정도까지 지수가 치솟긴 어렵지만, 당장 최근 반도체 호황에 기댄 강한 상승 모멘텀이 관측된다. 연초 이후 외국인과 개인은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섰지만, 기관투자가들은 사자 행진을 이어갔다. 예를 들어 2월 20일 하루에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9,861억·7,431억원 순매도했지만, 기관은 무려 1조6,107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런 수급 구조 변화는 시장 상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 역시 완전 철수한 것은 아니다. 연초부터 최근까지 외국인은 6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총 5조2,100억원을 매도했으나, 메모리·조선·방산 등 차세대 주도 업종에 자금을 재배치하며 포트폴리오를 바꿔가고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와 현대차, 두산에너빌리티 등에는 큰 손으로 꼽히는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흘러들었다. 반면 삼성전자에는 2월 들어 하루에 1조원대씩 매도 물량을 쏟아내기도 했다. 시장 전체로 보면 연초 이후 코스피 상승의 주축은 ‘기관+국내 개인’으로 옮겨간 셈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와 정치 이벤트도 변수다. 미국 중간선거와 보호무역 이슈,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 실적 변동성, 미국 긴축 완화 속도 등은 언제든 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실적 호조가 증명한 강세,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변수
한국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이번 상승 랠리의 핵심 동력 중 하나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분기 매출 93.8조원, 영업이익 20.1조원의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 1년 기준으로는 연간 매출 333조6,059억원, 영업이익 43조6,01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세웠다. 특히 반도체 사업(DS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넘는 24.9조원(전년보다 약 65% 증가)을 견인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DR5, 기업용 SSD 등 수익성 높은 제품 판매가 크게 늘어나서다. 삼성전자는 R&D와 설비투자에 과감하게 베팅하며 AI 칩 전환에 앞서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런 성적표를 반영해 증권가도 줄줄이 목표주가를 끌어올린 상태다. 맥쿼리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4% 상향한 34만원으로, SK하이닉스를 21% 올린 170만원으로 제시했다. 그들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AI 추론 수요가 본격화돼 D램·낸드 가격이 1분기 중 두 배로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증권사도 삼성전자를 26만→30만원 등으로 상향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이 내년에 500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렇다고 삼성주가 오로지 위풍당당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당장의 투자 수익은 이미 빠른 속도로 반영된 상태다. 이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는 203,500원, SK하이닉스는 1,018,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매물 출회 위험은 언제든 상존한다. 일각에선 미국 연준의 금리 방향과 주요 기업의 CAPEX 변화 등 외부 변수에 따라 기술주 변동성이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계한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 등 글로벌 AI 기업 주가가 하락세를 보일 때 한국 메모리 반도체 투자심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환율 동향도 주시해야 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40원대에서 등락하며 큰 폭 움직이지 않았지만,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수출 기업 수익성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시장에선 ‘미친 상승장’ 못지않게 조심스러운 목소리도 공존한다. 이익 추정치와 PER이 벌써 고점권에 가까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움증권 한 연구원도 “연초 이후 코스피가 40% 가까이 치솟았으니 단기 과열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반도체·방산·조선 같은 기존 주도 업종 중심으로 매수 전략은 유효하다”고 평했다. 삼성전자 역시 좋은 실적 덕분에 유망하지만, 단기 급등 이후에는 글로벌 리스크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금 사야 할까’라는 질문에 뚜렷한 정답은 없다. 다만 연준의 통화정책, 지정학적 불확실성, 수요 회복 속도 같은 변수들을 감안해 자신만의 투자 시나리오를 세우는 것이 좋다. 이른바 연말까지 연속 상승한다는 전망은 장밋빛이다. 현 시점에서는 삼성전자의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한 장기 성장 스토리를 믿되, 지나친 거품론에는 경계 태세가 필요해 보인다.
참고자료: 연합뉴스 “새해 첫날 코스피 2.3%↑…4,300선 넘어 ‘전인미답’ 신기록”, 2026.01.02; 연합뉴스 “코스피, 2.3% 급등해 5,800선 첫 돌파…‘육천피’ 가시권”, 2026.02.20; 삼성뉴스룸 “삼성전자,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 2026.01.29; ZDNet “삼성전자, 작년 매출 333조·영업익 43.6조 ‘사상 최대치’”, 2026.01.29; 매일경제 “아직도 고점 아냐…삼전·하이닉스 목표가 또 뛰었다”, 2026.02.25; 연합뉴스 “맥쿼리 ‘삼성전자 34만원·SK하이닉스 170만원’…목표가 상향”, 2026.02.25; 더퍼블릭 “맥쿼리, 삼성전자 34만원·SK하이닉스 170만원 ‘파격 상향’…그 이유는?”, 2026.02.25; 인베스팅닷컴 “[오늘증시] 코스피 6000도 성큼…사상 최고가 ‘5808.53’ 마감”, 2026.02.20; 이투데이 “코스피 6000 돌파에도 사라진 외국인…삼전도 계속 판다”,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