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케빈 워시 연준과 통화정책의 새로운 국면

양적완화에 반발해 사임한 전력이 있는 워시가 Fed 의장이 된다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긴축 편향'의 의장이 만드는 시장 환경, 그리고 그게 한국 금리와 원화에 미치는 파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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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기술 설명 일러스트

2026년 1월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후임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했다. 워시는 2006~2011년 연준 이사로 일하며 금융위기를 목격했고, 2010년 ‘무한(無限) 양적완화’에 반발해 사임한 바 있다. 즉 과거에는 긴축(잇따른 통화팽창에 반대) 성향이 뚜렷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재임 하에서 워시는 태세를 전환했다. 그는 최근 연설과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요구하는 대로 금리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금리 인하는 하되 대차대조표(자산 매입)를 병행 축소하는 이른바 ‘컷 앤 축소(Cut-and-shrink)’ 전략을 제시했다. 이 아이디어는 높은 정부부채와 경제성장 둔화라는 이중고 속에서 “단순히 풀어주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논리에서 나왔다. 그러나 워시 자신도 한 발짝 물러나 “50bp(0.50%포인트) 대규모 금리인하는 지나치다”고 지적할 만큼 무리한 완화에는 선을 긋고 있다.

그런데 현재 미 연준 기준금리는 3.75%이고, 물가도 목표치(2%)를 웃도는 상태다. 워시가 금리 인하를 밀어붙인다면, 그는 폭넓게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신 직접 국채를 사들이는 양적완화(QE)는 최소화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문제는 “연준이 미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도저히 유지할 수 없으면, 그 공백을 민간 시장이 채우려 할 것”이라는 점이다. 바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시장이다. 워시 스스로도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정부 도움이 없인 안정적 가치를 보장하기 어렵다”고 경계하면서도, 중앙은행 디지털통화(CBDC) 같은 정책을 적극 옹호하는 등 디지털화폐 주도의 새로운 질서를 구상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7월 ‘GENIUS 법’(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을 제정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첫 연방 규제 틀을 마련했다. 이 법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자회사나 연방인가 기관만이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도록 허용되고, 발행액은 반드시 달러와 국채 등으로 1대1 완벽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시행 시기는 법 통과 18개월 뒤 또는 연방 규제기관의 시행규칙 공포 120일 후로, 빠르면 2026년 초부터다. 워시가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다면 이런 연방 정책과 대등한 속도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즉 “스테이블코인은 통화 확대(QE) 대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또다른 수단”으로 본다면, 그 규제・감독 프레임을 정비하는 일은 워시 시대의 핵심 이슈 중 하나다.

워시는 암호화폐 전체를 적대시하지 않는다. 2025년 호버연구소 인터뷰에서 그는 비트코인이 중앙은행의 잘못된 통화정책에 경고를 보내는 ‘정책의 감시자(policeman)’ 역할을 한다며 “비트코인이 걱정되지 않는다. 옳고 그름을 경고하는 중요한 자산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워시는 비트코인의 불완전성을 인정한다. 2022년 월스트리트저널에 “암호화폐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쓰기도 했고,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은 화폐 수단으로 어렵다고 본다. 대신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달러와 연동된 디지털 화폐”로 보고 혁신의 한 갈래로 평가한다. 일례로 워시는 한때 알고리즘 방식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인 베이시스(Basis)에 투자했고, 미국과 중국 간 디지털 화폐 경쟁을 염두에 두며 미 달러의 위상을 지킬 도구로 스테이블코인을 주시해왔다.

요약하면, 케빈 워시 체제의 중앙은행은 통화 완화에 신중하되, 스테이블코인처럼 새롭게 등장하는 금융기술을 제도권 안에 편입시키는 데 집중할 것이다. 워시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정부 구제 없이 가치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단언한 만큼, GENIUS 법과 같은 엄격한 규제 마련은 연준 차원에서도 우선 순위가 될 전망이다. 동시에 그는 “금리 인하와 자산 축소”라는 얼핏 모순되는 정책을 펼쳐 인플레이션과 재정 부담을 함께 다루려 하므로, 향후 금리 동향과 시장 유동성의 향방도 워시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특히, 기준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연준이 국채를 대대적으로 매입하지 못하면, 해당 수요의 상당 부분을 스테이블코인이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IMF 등 국제기구들은 스테이블코인이 미 국채(주로 단기물)에 대한 수요를 크게 늘린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연준 아래서 이 규제와 수급 변화가 어떻게 맞물릴지, 케빈 워시 시대에 관전할 화두다.

스테이블코인의 등장과 금융 결제 시스템의 혁신

스테이블코인은 이름 그대로 가치가 “1코인=1달러”처럼 안정적으로 설계된 암호화폐다. 대부분 미국 달러와 긴밀히 연동되며, 발행자는 달러 현금 혹은 미국 국채·단기채권 등으로 보유자산을 챙겨 놓는다. 예컨대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는 2024년에만 국채 331억 달러어치를 순매수하여 전체 보유 국채가 1,130억 달러에 달했다. 이것은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달러를 상시 디지털화’하는 한 방법이며, 법정화폐에 대한 대안적 화폐 지위를 노린다는 점에서 탈중앙 비트코인과는 결을 달리한다. 비트코인은 분산성에는 강점이 있지만, 시세 변동성이 커 화폐로서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에 비해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채권이라는 배후 자산으로 신뢰를 만든다. 이런 구조 덕분에 비트코인처럼 결제 속도나 투명성 면에서는 유리하면서도 가치 안정성을 확보해, 향후 국제 결제와 송금 수단으로 급속히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기술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되며, 그 운영 방식에 따라 유형이 나뉜다. 가장 흔한 형태는 “담보형(pledged-based)”이다. 즉 현금·국채 등의 담보물을 1대1로 보유하면서 발행량을 조절한다. 이러한 구조는 이론상 안정적이지만, 담보 품질·유동성 등이 신뢰를 얻는 관건이다. 과거 테라 루나 같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거래나 스마트계약으로 자동 조절) 사례가 폭락을 겪은 것도 결국 이렇게 명확한 담보 없이 가치를 유지하려다 실패한 예다. 따라서 최근의 규제 움직임은 “무슨 자산으로, 얼마나 뒷받침하느냐”를 엄격히 따진다. GENIUS 법을 보면, 국내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은 연방은행 감독기관의 규제 대상이 되며 (예: 연준·OCC), 달러와 단기국채 등에 적어도 1대1로 예치하도록 했고, 이자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기도 했다. 단기적 관점에서 보면, 이런 규제는 ‘안정성 담보’라는 의미에서 긍정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파장은 크다. 먼저 송금·결제 인프라가 바뀐다. 전통적으로 해외 송금은 SWIFT 네트워크를 거치며 며칠이 걸리고 수수료도 비싸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위에서 24시간·수초 내 결제가 가능하다. 미국 페이팔 같은 기업은 이미 2023년부터 자체 스테이블코인(PYUSD)을 출시해 자사 결제망에 통합했다. 빅테크들도 관심이다. 이는 수조 달러 규모의 전통 결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예를 들어 VISA는 2025년 초 기준 “안정적 가치와 크로스보더 효율성 덕에 은행이나 핀테크가 스테이블코인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발행·송금 지원에 나섰고, Mastercard도 2025년 여러 스테이블코인을 네트워크에 연동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즉 메이저 카드사들은 스테이블코인을 경쟁상대가 아니라 자신들의 결제 백엔드(예: 계정 정산) 혁신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고 “카드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는 전세계 대중이 쓰는 결제 네트워크에는 이르지 못했다. 대신 전통 금융과의 통합 지점이 확장되는 양상이다. VISA는 2024~25년 걸쳐 “150만 개 이상의 가맹점에서 스테이블코인 잔고로 결제할 수 있도록” 카드와 암호 지갑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다. Crossmint 블로그 분석에 따르면, 실제로 스테이블코인은 ACH/SWIFT 같은 결제 청산망을 빠르게 대체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Visa/Mastercard처럼 소비자 보호(차지백, 환불)와 전세계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거대 결제망은 불가결하다. 말하자면,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자금 이동 수단’을 혁신하며, Visa·Mastercard는 여전히 ‘결제 경험 서비스(인증, 보호, 마일리지 등)’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은행 시스템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사람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하면 전통 은행 예금이 줄어들고, 은행이 끌어 모으는 자금의 성격이 바뀐다. Fed 연구노트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준비금의 상당 부분을 단기국채 등에 두면 은행 예금은 빠져나갈 수 있고, 반대로 은행에 예치하면 결국 은행권 유동성은 유지된다. 현재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은행 예치와 국채 투자를 병행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써클(USDC 발행)은 준비금의 약 13%를 은행 예금으로 두는 반면, 테더(USDT)는 은행예금을 거의 안 둔다고 알려져 있다. 만약 은행에서 돈을 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국채나 레포(REPO)에 투자하면, 이는 은행 대출 여력을 잠식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반대로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준비금을 받아주면, 오히려 은행은 거액의 도매예금을 늘리게 되어 유동성 리스크가 커진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 은행들도 적절히 움직인다. 미국 주요 은행은 이미 ‘토큰화된 예금’을 준비 중이다. 예를 들어 JP모건은 자체 블록체인 스테이블코인(JPM Coin)으로 기업 간 결제 파일럿을 확대했고, 개인 뱅커들도 암호 지갑과 연계한 앱을 선보이고 있다. 게다가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시스템에 편입되려면, 결국 은행과 금융회사들이 발행 주체가 되어야 한다. GENIUS 법도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은행 자회사나 연방인가 기관으로 엄격히 제한한 이유가 이것이다. 즉 양면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은행을 공격하기보다는,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 디지털 화폐 경쟁에 참여하려는 구도다.

결론적으로, 전통적 의미의 **“카드·은행 완전 소멸”**보다는 결제 시스템의 구조적 재편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미 국제결제은행(BIS)과 IMF 등은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함께 금융혁신 물결의 핵심이라고 평가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의 디지털 버전”을 목표로 하여 국제 송금·결제 효율을 키우고, 단기 국채 수요를 늘리면서 달러화의 역할을 간접 강화하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은 여전히 높은 변동성과 낮은 실물 이용도 탓에 화폐로 자리매김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의 결제 생태계는, 은행과 카드망 위에 스테이블코인 기반 디지털 결제 레이어가 깔리고,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은 여기에 맞춰 감독 체계를 재구성하는 그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논의의 뿌리는 신뢰다.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1달러”를 기술적으로 보장하려 애쓰는 화폐혁명가치 설계다. 그러나 그 신뢰는 발행사의 투명성, 준비금의 실질 가치, 법적 책임에 달려 있다. GENIUS 법이 담고 있듯이, 스테이블코인이 진짜 ‘지폐 대체’로 기능하려면 은행만큼 엄격한 규제 감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케빈 워시 시대의 연준과 트럼프 행정부가 그런 환경을 어떻게 만들지, 스테이블코인의 부상과 함께 지켜봐야 할 과제다.

참고자료: 미국 및 국제 기관 리포트, 업계 분석 및 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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