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칠레가 ‘이민’과 ‘조직범죄’를 한 문장에 놓게 된 과정

불규칙 체류 인원 17.6%라는 숫자가 어떤 정치적 서사와 결합해 칠레의 이민 담론을 바꿨는지. 이민이 범죄 문제로 프레이밍되는 구조는 칠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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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못 한 인구 변화가 먼저 왔다

칠레 이야기를 “난민을 받았더니 범죄 조직이 들어왔다”로 시작하면, 듣는 사람 머릿속에 바로 등식이 생긴다. ‘사람을 들이면 범죄가 따라온다’ 같은 식이다. 문제는 현실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데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칠레가 겪은 건 ‘선의의 정책이 악당을 불렀다’가 아니라, 짧은 시간에 너무 큰 인구 이동이 일어났고(그 자체가 사회에 충격을 준 사건), 그 충격 위에 국경 관리의 구멍·불규칙 체류의 누적·새로운 범죄의 등장·정치의 공포 마케팅이 동시에 쌓였다는 복합 사고다.

먼저 속도와 규모부터 잡자. 칠레 칠레 통계청(Instituto Nacional de Estadísticas)과 칠레 국가이주청(Servicio Nacional de Migraciones)이 낸 ‘상주 외국인 추정치’에 따르면, 2023년 12월 31일 기준 칠레에 상주하는 외국인은 191만 8,583명이다. 국적별로는 베네수엘라 출신이 72만 8,586명으로 가장 크고(전체의 38%), 그다음이 페루·콜롬비아·아이티·볼리비아·아르헨티나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 숫자 자체가 ‘한 사회의 체감’을 바꿀 만한 크기라는 점이다. 인구 1,800만 명대 국가에 외국인 190만 명이면, 대충 감으로 “중형 도시 하나가 통째로 생겼다”에 가깝다.

여기에 ‘불규칙(비정규) 체류’가 얹힌다. 같은 추정치는 2023년 기준 불규칙 체류 인원을 33만 6,984명으로 잡으면서, 전체 추정치의 17.6%라고 밝힌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이번 추정치에서 생체등록(바이오메트릭)과 학생 등록 자료를 새로 반영해, 이전에는 포착되지 않던 사람이 추가로 잡혔다”고 설명하는 부분이다. 즉, 불규칙 체류가 ‘갑자기 폭증’한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이제야 제대로 세기 시작했다’는 통계적 효과도 섞여 있다는 뜻이다. 숫자를 볼 때 이 구분이 없으면, 정치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해석되기 쉽다.

이주가 왜 그렇게 커졌냐 하면, 지역 전체가 같은 파도를 맞았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에서 나온 사람의 규모는 2020년대 중반에 ‘세계 최대급’으로 불릴 정도로 커졌고, 유엔난민기구 유엔난민기구(UNHCR)는 베네수엘라 상황에서 “정부 집계에 기반해 전 세계 베네수엘라 출신 난민·이주민이 약 790만 명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그중 다수가 남미 국가들로 흘렀다. 칠레는 경제·치안·제도 측면에서 비교적 ‘도착해 살 만한 나라’로 보였고, 그래서 목적지가 됐다.

여기서 ‘난민’이라는 단어도 정리해야 한다. 한국어 대화에서 ‘난민’은 종종 ‘외국에서 들어온 사람 전체’를 뜻하는 구어처럼 쓰이지만, 제도적으로는 난민(인정)·망명 신청자·보호가 필요한 사람·일반 이주민이 구분된다. 칠레가 겪은 핵심은 “난민 인정자만 크게 늘었다”가 아니라, 이주 자체가 커지고 그중 상당 부분이 비정규 경로와 비정규 신분으로 누적되었다는 점에 있다. 결국 사회가 흔들린 지점도 ‘난민 제도’라기보다 ‘이주 관리 전체’ 쪽이다.

그리고 이 변화는 칠레 사회 구조와도 부딪힌다. 칠레 2024년 인구센서스 결과를 바탕으로 한 Censo 2024 관련 발표는 칠레의 국제이주 인구(해외출생)가 160만 8,650명으로 전체의 8.8%라고 밝히며, 유입 시기가 2017~2019년에 특히 집중돼 있음을 같이 보여준다. 즉 “서서히 늘어난 이주”가 아니라, **사회가 적응할 틈이 적었던 ‘짧고 굵은 유입’**에 가깝다.

국경의 틈이 ‘산업’이 되기까지

이주가 커지면 사회는 늘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 하나는 ‘받아들이기(정착·노동·교육·보건·주거)’이고, 다른 하나는 ‘걸러내기(신원·범죄경력·위험요소·인신매매·밀입국)’다. 문제는 숫자가 갑자기 커지면, 이 두 기능이 동시에 과부하에 걸린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스템이 과부하에 걸리면, 가장 먼저 생기는 게 ‘시장’이다. 여기서 말하는 시장은 편의점이 아니라, **사람을 운반하는 시장(밀입국 알선·인신매매·착취)**이다.

칠레 정부가 공개한 공식 수치만 봐도, 국경 상황이 한동안 얼마나 거칠었는지 감이 온다. 칠레 칠레 내무부(Ministerio del Interior y Seguridad Pública)는 “비인가 통로(불법 경로) 입국에 대한 신고·자진신고 건수가 2021년 56,586건으로 정점이었고, 2024년에는 29,269건으로 감소했다(약 48.3% 감소)”고 정리했다. 줄었다는 말이 핵심이 아니다. 2021년 같은 해에 5만 6천 건대가 기록됐다는 사실 자체가, ‘국경의 관리 용량’이 한계에 부딪혔음을 보여준다.

팬데믹 시기 국경 통제가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정규 루트가 막힐수록 비정규 루트가 값이 오르는 것도 흔한 패턴이다. 국제이주기구(IOM)는 2022년 여름 시점에 칠레 콜차네 같은 북부 국경 지역을 거치는 불규칙 입국 추정치를 언급하며, 사막 횡단이 얼마나 위험한 선택이 됐는지 조명했다. 사람의 이동이 ‘위험해질수록’ 그 위험을 돈으로 바꾸는 세력이 생긴다.

비유를 하나 들자면 이렇다. 도시에 자동차가 갑자기 두 배로 늘면, 사람들은 “운전이 거칠어졌다”고 느낀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운전자의 국적이 아니라, 신호체계·주차공간·보험·단속·도로 설계가 그 속도를 못 따라간다는 데 있다. 이주도 비슷하다. 신원 확인과 체류 자격 심사가 늦어지고, 취업·주거·교육이 병목에 걸리고, 불법 체류가 누적되면, 그 자체가 ‘회색지대의 생활경제’를 만든다. 그 회색지대는 조직범죄의 먹잇감이 된다.

칠레의 법·제도는 이 균형을 의식하고 있다. 칠레의 2021년 이민·외국인법(법률 21,325)은 “불규칙 이주는 범죄가 아니다”라는 원칙(‘No criminalización’)을 명시하면서, 동시에 인신매매·밀입국 알선(트래픽) 같은 범죄는 강하게 막겠다는 방향을 담는다. 또 ‘외국인 트란세운테(통과·체류자)’를 ‘정착 의사 없이 일시 체류(permanencia transitoria)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일시 체류 기간을 원칙적으로 90일로 두며, 무국적 방지 장치도 같이 둔다. 즉, 법의 설계만 보면 “이주민을 범죄자로 만들지 않되, 범죄 시장은 막자”는 균형점에 가깝다.

하지만 법의 문장과 현실의 속도는 다른 세계다. 불규칙 입국이 수만 건 단위로 쌓이고, 불규칙 체류가 수십만 명 단위로 누적되는 순간, ‘불법’은 단순한 행정 위반이 아니라 정치적 상징이 된다. 이때부터는 범죄 조직이 실제로 얼마나 들어왔는지와 별개로, 사람들은 “들어온 것 같다”를 사회적 사실로 경험하기 시작한다. 칠레가 지금 겪는 상당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범죄 조직의 진입

칠레의 체감이 바뀐 결정적인 이유는 “범죄가 늘었다”보다 “범죄의 종류가 바뀌었다”에 가깝다. 예전에도 절도와 강도는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납치, 조직적 갈취, 인신매매, ‘시카리오(청부살인)’ 같은 형태가 뉴스의 전면을 잡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 사회가 다른 단계로 넘어갔다고 느낀다. 칠레 칠레 검찰청(Fiscalía Nacional)도 납치 범죄 보고에서 2022년을 “전환점”으로 지목할 정도로, 변화가 포착된다.

그 변화의 이름으로 가장 자주 불린 게 Tren de Aragua다. 이 조직은 베네수엘라의 교도소(토코론)에서 뿌리를 둔 범죄 네트워크로 알려져 있고, 칠레를 포함한 여러 나라로 확장하면서 갈취·납치·인신매매·마약·밀입국 알선 등 ‘패키지형 수익 모델’을 퍼뜨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칠레 수사·기소 당국은 북부 칠레에서 이 조직의 지부격으로 알려진 “Los Gallegos”를 대규모로 기소·재판에 세우는 등, 해외형 조직범죄에 대응하는 경험을 빠르게 쌓아왔다.

이 대목에서 흔히 놓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이런 조직은 ‘이주민을 통해 들어온다’기보다, 이주민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면서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주민은 낯선 나라에서 언어·서류·일자리·주거가 불안정하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두렵다. 그 취약성이 갈취와 착취의 표적이 된다. 칠레에서 인신매매·밀입국·성착취 피해가 늘었다는 보도들에서도 피해자 다수가 베네수엘라 출신 여성 등 취약 집단으로 나타난다. 즉 “우리가 사람을 받았더니 나쁜 놈이 따라왔다”가 아니라, “사람이 흔들리는 경로 위로 나쁜 놈이 올라탔다”가 훨씬 현실에 가깝다.

상징적 사건도 있었다. 2024년 로날드 오헤다 납치·살인 사건은 칠레 사회에 “이제 우리도 ‘국경을 넘는 폭력’의 무대가 됐다”는 감각을 각인했다. 칠레 당국은 이 사건에 Tren de Aragua 관련 인물이 연루됐다고 보고 대규모 단속·체포를 진행했고, 사건 배후가 정치적 동기와 얽혔을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외교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2026년 2월에도 관련 용의자의 송환·재판 이슈가 뉴스가 될 만큼, 사건은 ‘이주·범죄·정치’가 한데 묶이는 방식의 사례로 남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범죄 조직의 ‘인원’이 국가를 전복할 만큼 많아서가 아니다. 공포는 숫자보다 연출 방식에 반응한다. 납치·갈취·고문 같은 범죄는 피해자가 적어도 사회 전체가 크게 흔들린다. 집에 도둑이 들면 “경찰이 더 필요하다”로 끝날 수 있는데, 납치와 갈취는 “내가 경찰을 믿고 신고해도 되는가” 같은 더 깊은 불안을 만든다. 그러면 사람들은 범죄의 복잡한 원인(국내 마약시장, 교도소 지배, 부패, 총기 유통, 청년 빈곤 등)을 보지 못하고, 눈앞에서 가장 잘 보이는 ‘외국인’이라는 표식에 원인을 붙이기 쉬워진다. 이런 경고는 칠레 선거를 다룬 보도에서도 반복된다.

숫자와 공포가 비트는 지점

이제 “정말로 범죄가 늘었나”를 보자. 칠레 정부가 공개한 공식 살인 통계(2024년 완결 보고)에서는 2024년에 100,000명당 6.0명의 살인 피해가 기록됐고, 피해자 수는 1,207명이라고 밝힌다. 2010년대 중반의 수치와 비교하면 ‘낮은 나라가 갑자기 치솟은’ 형태다. 칠레가 여전히 중남미 평균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체감은 ‘순위’가 아니라 ‘변화율’에 꽂힌다. “원래 2였는데 6이 됐다”는 문장은, 이웃 나라가 20이든 30이든 간에 강하게 작동한다.

납치는 더 노골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알린다. 칠레 검찰청은 2024년 납치 범죄가 868건으로 10년 사이 가장 높았고, 2022년 급증이 전환점이 됐다고 정리한다. 또한 2024년 납치 사건의 37.8%가 조직범죄와 연결돼 있다고 분석한다. 납치가 ‘생활 치안’이라기보다 ‘조직범죄의 수익 모델’로 작동한다는 말이다. 이런 수치는 시민이 느끼는 공포와 거의 1:1로 맞물린다.

이 지점에서 ‘이주민이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르냐’는 질문이 튀어나오는데, 칠레 내부 연구들도 결론이 단선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Centro de Estudios Públicos(CEP)는 2023년 분석에서 외국인 유죄 판결 비중이 전반적으로는 인구 비중보다 낮게 나타나는 구간이 있었지만, 2018년 이후 여러 범죄 유형에서 외국인 비중이 상승했고 특히 폭력범죄(살인, 강도 등)에서 절대적 증가가 관찰된다고 정리한다. 즉 “이주민이 대체로 범죄자다”도 아니고, “이주민과 범죄는 아무 상관 없다”도 아니라, 전체 평균에서는 과장되지만 ‘특정 범죄 시장’에서는 충격이 실제로 관찰된다는 형태다.

여기에 ‘미디어 확대경’이 붙는다. 칠레 CIPER 같은 탐사 매체는 이주와 범죄를 연결하는 대중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고 왜곡되는지(걱정·불안·예방 행동의 증가, 데이터 해석의 오류 등)를 짚는다. 데이터는 보통 “분모”를 요구한다. 기사의 “외국인 가해자 수”만 보고 “외국인이 위험하다”로 가면, 분모(전체 외국인 인구)와 범죄 유형(어떤 범죄가 늘었나), 지역 편차(어디서 늘었나)가 사라진다. 그리고 분모가 사라지면, 정치는 가장 싼 단어를 꺼낸다. ‘불법’.

결국 칠레의 치안 불안은 ‘사실’과 ‘서사’가 서로 먹고 자라는 구조가 된다. 납치·갈취 같은 범죄가 늘면 뉴스가 커지고, 뉴스가 커지면 정치가 더 강한 메시지를 내고, 더 강한 메시지가 나오면 혐오와 불신이 커지면서 신고가 줄고 음지 경제가 커지고, 그 음지 경제가 다시 범죄의 먹이가 된다. 이런 악순환이 한 번 돌기 시작하면, 국경에서 48% 감소했다는 발표가 있어도(2021→2024), 사람들은 “그래도 불안한데?”라고 말한다. 불안은 ‘유입의 흐름’보다 ‘이미 자리 잡은 범죄의 방식’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불법’이라는 정치

이 불안을 가장 잘 먹은 쪽이 누구냐 하면, 2025년 말 칠레 대선 결과가 힌트다. 2025년 12월 14일 결선에서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가 약 58% 득표로 승리했고, 2026년 3월 11일 취임 예정이다. 외신과 분석들은 이 결과를 “치안·이민 이슈가 선거의 중심으로 올라온 것”과 강하게 연결한다.

카스트의 메시지는 간명하다. (1) 국경을 더 강하게 막고, (2) 불규칙 체류자를 대규모로 내보내고, (3) 범죄 조직을 ‘외국인 갱단’ 프레임으로 고정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구도다. 그런데 이 구도가 강해질수록, 논쟁은 ‘범죄자’가 아니라 ‘가족’에게로 번진다. 특히 아이가 끼는 순간, 정책은 도덕 문제로 변한다.

실제 발언들이 그 경계를 건드렸다. 2025년 11월 인터뷰 보도에서 카스트는 “불법으로 들어와 아이를 낳더라도 추방 대상이며,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나가거나 국가에 양육을 맡기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한 문장이 왜 폭발하냐 하면, 사람들은 즉시 ‘연좌제’ 같은 감각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죄가 부모에게 있다면, 아이는 왜 함께 처벌받느냐는 질문이 된다.

여기에 국적(시민권) 논쟁이 붙는다. 칠레 헌법은 원칙적으로 출생지주의를 인정한다. 칠레 영토에서 태어나면 칠레인이라는 규정이 있고, 예외가 “외국 정부에 봉사 중인 자의 자녀”와 “통과 중인 외국인의 자녀”다. 이 예외 조항이 바로 정치적 쟁점의 스위치다. ‘불규칙 체류자’가 곧 ‘통과자’냐는 문제로 번지기 때문이다.

2021년 이민·외국인법은 이 폭발 가능성을 의식하고, “외국인 통과자”를 ‘정착 의사 없이 일시 체류(permanencia transitoria)하는 사람’으로 정의하면서(90일 체류가 기본), 무국적 방지를 위한 장치도 두었다. 법문 기준으로는 ‘통과자’ 개념을 좁히는 방향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행정과 정치가 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실제 사례를 보면, ‘통과자’ 꼬리표가 아이에게 붙는 순간 어떤 일이 생기는지 드러난다. 2018~2022년 사이 칠레에서 태어난 일부 아이들이 출생 등록에서 “hijo de extranjero transeúnte(통과 외국인의 자녀)”로 표기돼 칠레 국적을 인정받지 못했고, 결국 법원 다툼으로 정정되는 일이 있었다. 탐사 보도는 최소 2018~2022 기간에 그런 표기가 붙은 미성년 등록 사례가 존재했음을 전한다. 그리고 칠레 대법원은 2021년 판결에서 “(아이 엄마가) 2018년부터 칠레에 머물며 정착 의사를 보여 왔다면 통과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국적 거부를 뒤집는다. 이 논리는 결국 ‘불법 체류 여부’만으로 아이의 지위를 결정할 수 있느냐는 논쟁으로 이어진다.

카스트 진영의 강경 공약은 이런 민감한 지점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그는 불규칙 이주를 “범죄와 연결된 국가적 위협”으로 묶어서 선명도를 높였고, 언론 보도에서는 ‘불법 입국을 범죄로 규정’하는 방향까지 언급된다. 그런데 칠레의 현행 이민·외국인법은 “불규칙 이주는 범죄가 아니다”라는 원칙을 이미 적어 두고 있다. 즉 지금 칠레 정치가 싸우는 건 단지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이주를 어떤 렌즈로 볼지(권리 vs 처벌), 그 기본 문장을 바꿀지의 문제다.

아이 문제는 그래서 핵심이다. ‘부모가 불법이면 아이도 불법’이라는 식의 슬로건은, 사실상 “불법이라는 낙인이 가족 단위로 확장된다”는 선언으로 들린다. 그리고 가족 단위로 확장된 낙인은 사회 통합을 망가뜨린다. 아이는 학교·병원·행정 서비스에서 더 보이지 않게 되고, 보이지 않는 사람은 더 취약해지고, 취약한 사람은 조직범죄의 표적이 된다. 이건 인권의 언어이기도 하지만, 치안의 언어이기도 하다. 칠레의 이민법이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을 강하게 적어 둔 이유도 거기에 있다.

References

칠레 상주 외국인 추정치(2023년 12월 31일 기준)와 불규칙 체류 추정치, 국적·연령·지역 분포(INE·SERMIG 공동 발표).
칠레 2024 인구센서스 기반 국제이주(해외출생 인구 160만 8,650명, 8.8%) 및 유입 시기(2017~2019 집중) 관련 공개 자료.
칠레 내무부 발표: 비인가 통로 입국 신고·자진신고(2021년 56,586 → 2024년 29,269 등) 및 2025년 국경 대응 강화 정책 발표.
칠레 이민·외국인법(법률 21,325) 원문: 불규칙 이주 비범죄화(Art. 9), 통과자 정의, 일시 체류 기간(90일), 무국적 방지 조항 등.
칠레 2024년 살인 피해 공식 보고(100,000명당 6.0, 피해자 1,207명) 관련 정부 발표.
칠레 검찰청 납치 보고: 2024년 868건, 2022년 전환점, 2024년 사건 중 37.8%가 조직범죄 연계라는 분석.
Tren de Aragua 및 Los Gallegos 관련: 칠레 검찰·수사 당국의 대응과 대형 재판, 조직의 운영 방식에 대한 국제·지역 언론/통신 보도.
로날드 오헤다 납치·살인 사건과 Tren de Aragua 연계 수사, 외교 갈등 및 송환 이슈 관련 보도.
베네수엘라 이주 규모(약 790만 명) 관련 UNHCR 자료.
이주민이 범죄의 ‘가해자’일 뿐 아니라 ‘피해자’가 되는 구조(인신매매·밀입국·성착취 증가 맥락) 관련 보도.
이주와 범죄의 관계를 둘러싼 통계·인식 논쟁(외국인 범죄 비중의 변화, 인식 왜곡) 관련 칠레 내 분석.
2025년 칠레 대선 결선 결과(카스트 승리)와 2026년 3월 11일 취임 일정, 선거의 핵심 이슈가 치안·이민으로 이동했다는 분석.
카스트의 불규칙 이주 강경 공약과 ‘아이·국적’ 이슈가 논쟁으로 번진 정황(추방·보호·국적법 개정 거론).
“통과 외국인의 자녀” 표기와 국적 인정 분쟁에 대한 사례·판결 및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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