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기술이 최근 몇 년 동안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기업 경영 풍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미 포춘(亮 주식) 상위 기업 중 대다수가 AI 기술을 앞세워 사업을 키우고 있고, 억 단위 매출을 내는 신흥 AI 기업이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예를 들어 NVIDIA는 AI용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2025 회계연도 매출이 1,305억 달러(약 160조원)를 기록했고, OpenAI의 연간 구독 매출은 2025년에 200억 달러(약 24조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오픈AI 경영진은 2030년까지 매출이 2,800억 달러까지 뛰어오를 것이라 전망하기도 한다. 이처럼 AI 붐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기업들의 수익 구조를 바꾸고 있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32개 ‘AI 네이티브’ 기업들의 연간화 매출(연환산 매출)이 15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단 7개월 만에 두 배로 늘었고, 대부분의 실적은 오픈AI와 앤트로픽 같은 선두 주자들에서 나왔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같은 전통의 빅테크 기업 역시 AI 전략 덕분에 기업 가치가 수조 달러를 넘어서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AI 열풍과 기업 성장
전문가들은 AI를 활용한 서비스와 제품이 기업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스타트업 커서(Cursor)는 개발자용 AI 코딩 서비스를 출시한 지 1년도 안 돼 연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고, 애너그램(Anagram), 메르코(Mercor) 같은 젊은 창업자들의 회사도 수천억대 기업가치로 인정받고 있다. 기업들은 신속하게 AI 파일럿 프로젝트에 예산을 투입했고, 펀딩 시장 역시 ‘AI 기업’에 사상 최대 규모로 자금을 지원했다. 실제로 2025년 미국 실리콘밸리 AI 스타트업들은 1,500억 달러(약 187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모았는데, 오픈AI가 400억 달러, 앤트로픽이 130억 달러 등 극소수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AI 붐에 화력이 더해졌다.
이런 와중에도 미국 경제 지표는 다소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5년 신규 고용은 18만 명 수준으로 2024년의 140만 명에 비해 크게 감소했고, 연간 GDP 성장률도 2.2%로 직전년 2.4% 대비 소폭 낮아졌다.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월가 전문가들은 일자리 증가세가 꺾인 점을 걱정한다. 그런데도 ‘AI 투자 붐’은 경제 전반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하고 있다. NPR 보도에 따르면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크게 늘어 GDP 성장률이 지지되고 있는데, 특히 기술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와 연구 인프라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모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 투자는 2026년에도 경제의 밝은 별”이라며 앞으로도 관련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 역시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향후 수백조원대 투자를 예고하는 등, 경제 침체 국면 속에서도 AI 분야에는 풀사이드가 활짝 열린 상황이다.
CEO 자리까지 차지할까?
그렇다면 AI의 물결은 기업 경영 최상층까지 잠식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인간 경영자를 대신해 AI가 ‘CEO’ 자리에 오를 날이 멀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AI 업계에서는 스타트업 창업자 한 명과 AI 에이전트들이 전부인 이른바 ‘한 사람 유니콘’ 기업 실험도 이뤄지고 있다. 한 테크 칼럼니스트는 본인이 만든 스타트업에서 자신 외에는 모든 직원이 AI였다고 소개했다. 인공지능 경영의 청사진을 그린 보고서들도 속속 발표됐다. BCG는 “가장 특화된 AI 에이전트들이 협업하는 완전 자동화 기업을 상상할 수 있다”며, 이론상 회사 정상에 AI CEO가 앉아 전체 전략을 세우는 구조를 제안했다. 중국의 한 게임기업 넷드래곤(NetDragon)은 실제로 2022년에 가상 AI 로봇 ‘탕유(Tang Yu)’를 자회사 회장 겸 순환 CEO로 임명하기도 했다. 이 정도 되면 SF 속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AI 보조 도구는 이미 현실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로지텍의 한네케 파버 CEO는 “모든 회의에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하지 않는 기업은 생산성 기회를 날리고 있는 셈”이라며, AI를 회의록 작성과 아이디어 발굴에 적극 활용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과 제도는 아직 AI에게 완전한 경영 책임을 맡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회사법은 이사회 구성원이 ‘자연인’일 것을 명시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AI를 법적 이사나 CEO로 선임할 수 없다. 당분간 AI는 사람을 보조하는 도구 역할에 머무를 전망이다. 현재 기업들은 AI를 ‘어시스턴트’로 쓰되 최종 의사결정은 인간에게 남겨두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를테면 보고서 작성과 리스크 분석을 AI로 수행해 두고, 중요한 판단과 책임은 여전히 인간 경영자가 지는 식이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규제와 제도 마련 논의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미국 연준의 한 인사는 AI 도입 시점을 두고 “완전 자동화된 ‘일자리 없는’ 경제가 올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를 경고하며, 우리가 변화에 잘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가 실질적인 CEO로 등장할지에 대해선 아직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언론 보도대로 AI가 인간 경영진을 완전히 대체하지 않더라도, AI 경제가 만들어낼 변화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과거 ATM 한 대가 은행원 일자리를 없앴지만 오히려 은행원 수는 늘었던 것처럼, 변화의 골이 깊어질수록 새로운 수요와 직무가 만들어질 여지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AI를 두려워하기보다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는 것이다. 앞으로 몇 년간 AI 기술이 얼마나 더 빨리 진화하느냐에 따라, 기업과 일자리를 지탱하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AI가 씽크탱크나 화려한 재무 분석 역할 이상으로 기업 운영의 중심에 앉게 될지, 우리 사회가 지혜롭게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References:
- Fortune, “OpenAI forecasts its revenue will top $280 billion in 2030” (2026)
- NPR/Boise State Public Radio, “The economy slowed in the last 3 months of the year — but was still solid in 2025” (2026)
- The Atlantic, “America Isn’t Ready for What AI Will Do to Jobs” (Mar. 2026)
- Wired, “All of My Employees Are AI Agents, and So Are My Executives” (Nov. 2025)
- Fortune, “CEO says she’d welcome an AI-bot board member” (Oct. 2025)
- BCG, “Why CEOs Need to Prepare for AI-Only Rivals” (Oct. 2025)
- Telesto Strategy, “Board series: Will your next board member be an AI agent?” (Dec. 2025)
- PR Newswire, “NetDragon Appoints its First Virtual CEO” (2022)
- Fortune, “The biggest startups raised a record amount in 2025, dominated by AI” (Jan. 2026)
- AI CERTs News, “AI Startups Surge to $30B ARR Led by Gen-Z Founders” (2026)
- NVIDIA Newsroom, “NVIDIA Announces Financial Results for Fourth Quarter and Fiscal 2025” (Feb. 2025)
- Federal Reserve Speech (Michelle Bowman),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labor market” (Feb. 17,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