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출발점은 ‘범인 서사’다
부동산이 뜨거워지면 사회는 빨리 범인을 찾는다. 그 범인 자리엔 대개 “여러 채 가진 사람”, 즉 다주택자가 앉는다. 직관적으로는 그럴듯하다. 여러 채 사서 가격을 올리고, 남들 집 살 기회를 빼앗고, 임대료도 올리고… 이 그림이 머릿속에 착 붙는다. 그래서 정책도 “때린다” 쪽으로 기운다. 세금을 올리고, 대출을 조이고, 규제지역을 넓히고, 때로는 ‘팔게 만들겠다’는 메시지까지 얹는다.
그런데 여기서 첫 번째 함정이 시작된다. 집값은 “누가 더 나쁜가”로 결정되지 않는다. 가격은 “그 시점에, 그 지역에, 그 상품을 사고 싶은 사람”과 “팔 의사가 있는 물건”이 만나는 아주 얇은 접점에서 정해진다. 즉, 시장에서 가격을 찍는 건 전체가 아니라 ‘마지막 거래’다. 이 구조에서는 다주택자를 더 세게 때려도, 그 결과가 곧바로 “매물이 늘고 가격이 내려간다”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반대로 “매물이 더 안 나온다”로 튈 수도 있다.
게다가 다주택자는 시장 전체를 독점하는 존재가 아니다. 최신 주택소유 통계를 보면, 개인 주택소유자 중 1주택자가 85.1%이고 2주택 이상 소유자는 14.9%다. 다주택자 비중이 당장 ‘압도적 다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소유가구 기준으로는 2주택 이상 가구가 26%로 잡히지만, 이 역시 “주택을 가진 가구” 내부의 비중이다. 즉 “다주택자만 잡으면 가격이 해결된다”라는 단일 원인 프레임 자체가 과장되기 쉽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다주택자를 때리면 집값이 왜 안 떨어지나”가 아니라, “집값을 올리는 엔진이 뭔가, 그리고 다주택자 규제가 그 엔진을 멈추기는커녕 어떤 경우에 더 세게 돌려버리나”가 핵심이다.
집값 엔진은 금리·신용·기대다
집값을 움직이는 가장 큰 레버는 ‘돈의 값’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같은 집도 ‘현재 가치’가 커진다. 대출이든 현금이든, 사람들은 “언젠가 받을 편익(거주, 임대수익, 미래 매각가치)”을 현재로 끌어와 평가한다. 할인율이 내려가면(=금리 인하) 그 미래가치가 더 비싸게 계산되는 건 금융의 기본 문법이다.
이건 교과서 얘기만이 아니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금리와 주택가격의 상관관계가 높고, 금리인하가 주택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는 취지로 말한다. 또 금리를 이미 여러 차례 인하한 국면에서는, 같은 폭의 인하라도 ‘금리 수준이 더 낮아질수록’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비선형성도 언급한다. 요지는 간단하다. 금리가 내려가면 집값 압력은 커진다.
여기에 신용(대출)과 기대(심리)가 붙는다. 대출 규제가 강해도 ‘순수 현금’ 수요가 남아 있으면 가격은 원하는 대로 안 움직인다. 자산 시장은 항상 “살 수 있는 사람”이 가격을 만든다. 특히 인기 지역의 인기 상품은 더 그렇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요즘 서울의 현금 매수 비중이 늘고, 소득이 높은 계층이 선호 지역으로 몰리는 흐름(일종의 ‘똘똘한 한 채’)이 관찰된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그리고 마지막이 기대다. “지금 안 사면 더 비싸진다”는 믿음이 강할수록, 사람은 더 높은 가격도 감내한다. 한국은행은 정책 효과가 거래량을 둔화시키는 데 비해 가격 상승 둔화는 제한적일 수 있고, 가격 상승 기대 심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일 수 있다는 식으로 시장을 평가한 바 있다.
이 기대는 이상하게도 ‘공급 대책 발표’ 때도 커진다. 공급 대책이 심리 안정제를 먹이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아, 정부가 공급을 늘린다는데? 그만큼 지금이 부족하다는 뜻이네”로 읽히면 기대를 더 자극한다. 특히 착공·입주까지 시간이 길면 더 그렇다.
정리하면, 다주택자 규제가 강하냐 약하냐 이전에, 금리·신용·기대라는 엔진이 상승 방향으로 돌고 있으면 집값은 오를 수 있다. 그리고 다주택자 규제는 이 엔진을 ‘직접’ 끄는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간접 경로에서 시장을 더 뻣뻣하게 만들 수도 있다.
세금은 가격이 아니라 ‘시장에 나오는 매물의 양’을 먼저 때린다
다주택자 “때리기”의 핵심 수단은 대개 세금이다. 특히 거래 단계 세금(양도세, 취득세 등)과 보유 단계 세금(재산세, 종부세 등)이 조합된다. 이때 자주 놓치는 포인트가 있다. 세금은 먼저 ‘가격’이 아니라 ‘거래’에 반응을 만든다.
거래세를 올리면 사람은 덜 판다.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이것이 바로 역설의 문이다. 거래세가 올라가면 주택시장은 유동성이 줄고, 매물 잠김이 생긴다. 그러면 가격은 “거래가 없어서 안정”이 아니라 “거래가 없어서 더 비싸게 찍히는” 방향으로도 간다. 한두 건의 거래가 가격을 찍는 시장에서는, 공급(매물)이 줄면 가격은 위로 민감해진다.
이 메커니즘을 한국 사례로 실증한 연구가 한국개발연구원의 정책연구(양도소득세 강화의 효과)다. 연구 요약에 따르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강화가 예고되거나 시행되기 전후로 거래 행태가 바뀌었고, 시행 전에는 매매·증여가 일시적으로 늘었다가 시행 후에는 매매 거래가 위축되는 ‘동결효과(lock-in effect)’가 관찰된다. 세금이 “팔게 만들기”가 아니라 “팔기 싫게 만들기”로 작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OECD도 맥락은 비슷하게 정리한다. 거래세(부동산 취득·이전 단계 세금)에 대한 의존이 높을수록, 주거 이동성과(그리고 일부 노동 이동성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고서에서 지적한다. 거래비용이 커지면 사람들이 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제도 환경에서는 이 ‘안 판다’가 더 복잡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국회예산정책처 연구용역 보고서는, 양도세 중과가 강화된 상황에서 납세자들이 “매도보다 보유”를 선택하거나, 자녀에게 증여해 주택 수를 줄이는 방식, 임대사업자 등록·법인 이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음을 정리한다. 세금이 높아질수록 시장에 ‘판매 매물’이 늘기보다 ‘대체 행동’이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보유세의 경우 또 다른 경로가 열린다. “보유세를 올려서 보유 부담을 키우면 집을 내놓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지만, 임대가 가능한 주택에서는 그 부담이 임대료로 전가될 여지도 있다. 국토연구원은 종합부동산세 인상 충격이 발생하면 최대 2년까지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되며, 이는 세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힌다.
여기서 “다주택자 때리기 → 임대료 상승 → 매매수요 자극”이라는 경로가 만들어진다. 임대료가 오르면, 특히 전세·월세 부담이 늘면, 일부 가구는 “차라리 사자”로 이동한다. 그 수요는 다시 매매 가격을 밀어 올린다. 다주택자 규제가 매매시장의 수요를 줄인 만큼, 임대시장의 불안을 키워 되레 매매 수요를 되살리는 식의 ‘부메랑’이 가능해진다.
결국 다주택자 세금은 “가격을 직접 때리는 마법의 망치”가 아니다. 작동 경로를 잘못 타면, 시장은 “거래 감소(매물 잠김) + 임대료 압력 + 선호지역 쏠림”이라는 조합으로 더 비싸지고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
공급대책은 발표와 입주 사이에 시간의 강이 있다
주택정책에서 가장 반복되는 착시는 “발표된 공급 = 곧바로 늘어나는 집”이라는 착각이다. 실제로는 발표 → 후보지 확정 → 계획 수립 → 인허가/사업성 → 착공 → 준공/입주까지 긴 시간이 간다. 이 시간의 강이 흐르는 동안, 시장은 ‘현재의 부족’과 ‘미래의 약속’을 동시에 가격에 넣어 계산한다. 약속이 멀면 멀수록 현재 가격은 더 요동친다.
이를 최근 사례로 보면 더 선명해진다. 2026년 1월 2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계획은 도심권에 6만 호 공급을 내건다. 그런데 자료 자체에 “용산 기계획 물량 제외 시 5.2만 호”라고 명시돼 있다. 즉 ‘6만 호’라는 숫자에는 일부 기존 계획 분이 섞여 있고, 순증(순수하게 새로 추가되는 물량)은 더 적다는 구조다.
공급의 얼굴을 더 자세히 뜯어보면, “대규모 몇 방”이 아니라 “온갖 부지의 조각 모음”에 가깝다. 총괄표에는 도심 내 공공부지 활용 4.35만 호(괄호 안 숫자로 별도 표기된 물량), 신규 공공주택지구 0.63만 호, 노후청사 복합개발 34곳 0.99만 호가 담겨 있고, 합계는 5.97만 호(괄호 안 5.23만 호)로 제시돼 있다.
‘노후청사 복합개발’만 따로 봐도 개별 프로젝트가 0.02천 호(20호)~0.9천 호(900호) 같은 소규모로 여러 개 나뉜다. 600~900호짜리 조각 공급이 “공급 가뭄”을 단기간에 끝내기 어렵다는 직감은 여기서 나온다.
게다가 ‘언제’가 핵심이다. 같은 자료는 최대한 속도감 있게 추진해 2027년부터 주택 착공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한다. 2026년의 시장 가격을 잡겠다고 2027년 착공을 말하면, 시장은 이렇게 번역한다. “그러면 2026년엔 더 타이트하겠네?”
공급정책이 ‘장기적으로는’ 필요하지만, ‘단기 가격’엔 심리와 기대를 통해 반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대목이다.
실제로 단기 시장은 이미 움직인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2026년 1월 4주, 1.26 기준) 보도자료를 보면 전국 매매가격은 0.10% 상승, 서울은 0.31% 상승으로 제시된다. 전세가격도 전국 0.09%, 서울 0.14% 상승이다. 공급은 미래형이고, 가격은 현재형으로 움직인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숫자다.
임대차 시장이 흔들리면 매매 시장도 따라 흔들린다
다주택자를 강하게 압박하는 정책이 매매시장만 겨냥한다고 생각하면 절반만 보는 셈이다. 한국의 주거 현실에서 임대차 시장은 단순한 ‘부수 시장’이 아니라 매매시장과 서로의 연료를 공유한다. 전세가 불안하면 매매가 들썩이고, 매매가 오르면 전세도 자극받는다. (전세 보증금은 사실상 거대한 ‘주거 금융’이기도 하다.)
공식 주택통계에서도 임대차의 ‘월세화’는 뚜렷하다. 2025년 12월 기준 전세 거래량은 87,254건인데, 월세(보증부 월세·반전세 포함)는 166,895건으로 더 크다. 같은 자료는 연간 누계(1~12월) 기준 월세 거래 비중이 63.0%이며, 2021년 43.5% → 2022년 52.0% → 2023년 54.9% → 2024년 57.6% → 2025년 63.0%으로 상승 흐름을 제시한다.
이 변화는 “집주인이 착해서 월세를 좋아한다” 같은 이야기로 설명되지 않는다. 금리 환경(전세 보증금 운용 수익), 규제(갭투자 차단), 보유 부담(세금·리스크), 그리고 ‘전세 물량을 유지할 유인’이 종합적으로 흔들릴 때 전세는 줄고 월세가 늘어난다. 월세화는 임차인의 체감 주거비를 빠르게 올리기 쉬워서(매달 현금흐름), 일정 소득 이상 가구에게 “그럼 사자”라는 선택지를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즉 임대차 시장의 압력이 매매 수요를 되살리는 펌프가 된다.
여기에 정책이 더해지면 경로는 더 복잡해진다. 예컨대 거래세(양도세) 압박이 커질수록 매물은 잠길 수 있고, 보유세 압박이 커질수록 임대료 전가 유인이 생길 수 있다. 국토연구원 분석처럼 종부세 인상 충격이 전세가격을 밀어 올릴 가능성이 있다면, 그 전세 불안은 다시 매매시장으로 번진다.
다주택자 “때리기”가 단기적으로 매매가격을 내리기보다, 임대차 불안을 통해 매매 수요를 자극하는 역설이 여기서 만들어진다.
정리하면 집값은 ‘사람을 때려서’ 내리는 물건이 아니다
핵심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다주택자를 때리는 정책은 종종 ‘가격’보다 ‘거래’와 ‘임대차’에 먼저 충격을 준다. 그리고 거래가 줄고 임대차가 불안해지면, 가격은 내려가기보다 더 쉽게 오른다.
조금 더 구조적으로 정리하면,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크게 세 층으로 쌓인다.
첫째, 금리·신용·기대가 상승 방향으로 돌면, 시장은 기본적으로 위로 간다. 중앙은행도 금리 인하가 주택가격을 올리는 요인임을 분명히 인정한다.
둘째, 다주택자 규제(특히 거래세 강화)는 ‘팔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 팔게 만드는 것’으로 작동할 수 있다. 실증 연구는 양도세 강화 이후 매매거래 위축(동결효과)과 같은 행태 변화를 보고한다.
셋째, 공급은 느리다. “6만 호”는 상징적인 숫자일 수 있지만, 순증 물량은 더 작고, 다수는 소규모 프로젝트이며, 착공 목표가 2027년부터라면 2026년 시장의 체감 부족을 즉시 없애기 어렵다.
그래서 ‘다주택자를 때리면 집값이 내려야 한다’는 믿음이 자꾸 깨진다. 시장은 도덕 재판장이 아니라, 희소성과 돈의 값이 만나는 계산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계산기는, 때로는 “때린다”는 행위 자체를 ‘앞으로 더 부족해질 수 있다’라는 신호로 해석해버린다. 공급이 느리고, 거래가 얼고, 임대차가 불안한 국면에서라면 특히 그렇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도 가격의 일부다. 세제·규제가 자주 바뀌면 사람들은 “언제 또 바뀔지”를 가격에 끼워 넣는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가 지적하듯, 제도가 복잡하고 예외가 많을수록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은 낮아지고, 그 과정에서 보유·증여 같은 우회 행동이 늘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정책 신뢰에도 타격이 된다.
References
- 2026년 1월 4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한국부동산원 보도자료, 2026-01-29)
-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관계부처 합동, 2026-01-29)
- ‘25년 12월 주택통계(국토교통부 보도자료, 2026-01-30)
- 2024년 주택소유통계 결과(통계청/국가데이터처, 게시: 2025-11-14)
- 금융안정 상황(2025년 9월) 기자설명회 Q&A(한국은행)
- “최근 유동성 상황에 대한 이해”(한국은행 블로그)
- Economic Effects of Capital Gains Tax on Housing(주택 양도소득세의 경제적 효과, 한국개발연구원 정책연구 소개/초록)
- 주택 양도소득세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연구(국회예산정책처 연구용역 최종보고서, 2025-04)
- 부동산세제의 시장 영향력과 향후 정책방향(국토연구원 보도자료, 2023-10-31)
- Housing Taxation in OECD Countries(OECD, 2022 및 요약 페이지)